낡은 집 / 이용악 <낡은 집> -이용악 날로 밤으로 왕거미 줄치기에 분주한 집 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 이 집에 살았다는 백성들은 대대손손에 물려 줄 은동곳도 산호관자도 갖지 못했니라 재를 넘어 무곡(貿穀)을 다니던 당나귀 항구로 가는 콩실이에 늙은 둥글소 모두 없어진 지 오래 외양.. 美麗的 詩 ·人 2017.08.11
남으로 창을 내겠소 ―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를 타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美麗的 詩 ·人 2017.08.08
우산 / 김수환 추기경 strath님 블에서 우산 / 김수환 추기경 삶이란!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 하는 일이요. 죽음이란 ! 우산이 더 이상 펼쳐지지 않는 일이다. 성공이란! 우산을 많이 소유하는 일이요. 행복이란 ! 우산을 많이 빌려주는 일이고 불행이란 ! 아무도 우산을 빌려주지 않는 일이다. 사랑이란 ! 한쪽 어깨가 젖는데도 하나의 우산을 둘이 함께 쓰는 것이요. 이별이란! 하나의 우산 속에서 빠져나와 각자의 우산을 펼치는 일이다. 연인이란 ! 비오는 날 우산 속 얼굴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요. 부부란 ! 비오는 날 정류장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갈 줄 알면 인생의 멋을 아는 사람이요.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가는 사람에게 우산을 내밀 줄 알면 인생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 美麗的 詩 ·人 2017.08.04
꽃 / 이춘수 낮달맞이꽃 밤에는 이렇게 오므라든다 꽃 / 이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땐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 美麗的 詩 ·人 2017.06.30
수련 / 채호기 수련 / 채호기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사랑의 피부에 미끄러지는 사랑의 말들처럼 수련꽃 무더기 사이로 수많은 물고기들의 비늘처럼 요동치는 수없이 미끄러지는 햇빛들 어떤 애절한 심정이 저렇듯 반짝이며 미끄러지기만 할까 영원히 만나지 않을 듯 물과 빛은 서로를 섞지 않.. 美麗的 詩 ·人 2017.06.29
꽃잎 / 나태주 http://blog.naver.com/scan77/220970372796 꽃잎 나태주 활짝 핀 꽃나무 아래서 우리는 만나서 웃었다 눈이 꽃잎이었고 이마가 꽃잎이었고 입술이 꽃잎이었다 우리는 술을 마셨다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사진을 찍고 그 날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돌아와 사진을 빼보니 꽃잎만 찍혀 있었다. 美麗的 詩 ·人 2017.04.14
봄소식 / 김설하 17'2/8 yellowday 봄소식 / 김설하 성근 산 부스스 땅이 일어나고 계곡마다 물길 열리는 소리 훈풍 끼고 봄이 당도하여 물오른 개나리가지 별이 달리면 고결한 내 어머니 닮은 목련이 피지 봄소식 중에서 美麗的 詩 ·人 2017.02.27
연옥의 봄1 / 황동규 연옥의 봄1 / 황동규 같이 가던 사람을 꿈결에 놓쳤다 언덕에선 억새들 저희끼리 흰 머리칼 바람에 날리기 바쁘고 샛강에선 물새들이 알은체 않고 얼음을 지치고 있었다 쓸쓸할 때 마음 매만져주던 동네의 사라진 옛집들도 아직 남아 있었구나! 눈인사해도 받아주지 않았다 기억엔 없어.. 美麗的 詩 ·人 2016.12.25
연옥의 봄 / 황동규 연옥의 봄 / 황동규 올 들어 가장 춥다는 날/ 오랜만에 허브차를 마시며/ 생각이 조금 따뜻해지기를 기다린다/ 그동안 나와 함께 살아온 동사들, 그중에도/ 떨구다 드러내다 털다의 관절들 아직 쓸 만하다/ (중략)/ 가만, 현관 앞 나무들은 잔뼈들까지 모두 드러낸 채/ 추위를, 추위보다 더.. 美麗的 詩 ·人 2016.12.25
느티나무의 말 / 초정 김상옥 바람 잔 푸른 이내 속을 느닷없이 나울치는 해일이라 불러다요. 저 멀리 뭉게구름 머흐는 날, 한자락 드높은 차일이라 불러다오. 천년도 한 눈 깜짝할 사이, 우람히 나부끼는 구레나룻이라 불러다오. -<느티나무의 말> / 초정 김상옥 美麗的 詩 ·人 2016.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