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麗的 詩 ·人 345

정호승 시 모음

친구에게 / 정호승 젖은 우산을 접듯 그렇게 나를 접지 말아줘 비 오는 날 밤늦게 집으로 돌아와 뚝뚝 물방울이 떨어지는 우산을 그대로 접으면 젖은 우산이 밤새워 불을 지피느라 그 얼마나 춥고 외롭겠니 젖은 우산을 활짝 펴 마당 한가운데 펼쳐놓듯 친구여 나를 활짝 펴 그대 안에 갖다 놓아줘 풀 향기를 맡으며 햇살에 온 몸을 말릴 때까지 그대 안에 그렇게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가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읹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

美麗的 詩 ·人 2017.10.02

이영도의 시 모음 / 석류, 언약, 신록, 노을, 무제2, 무지개 -유치환으로부터 이영도 여사에게-

언약 해거름 등성이에 서면 애모(愛慕)는 낙낙히 나부끼고 투명(透明)을 절(切)한 수천(水天)을 한 점 밝혀 뜬 언약(言約) 그 자락 감감한 산하(山河)여 귀뚜리 예지(叡智)를 간[磨]다 석류 / 이영도 다스려도 다스려도 못 여밀 가슴 속을 알 알 익은 고독 기어이 터지는 추정 한 자락 가던 구..

美麗的 詩 ·人 2017.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