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해거름 등성이에 서면
애모(愛慕)는 낙낙히 나부끼고
투명(透明)을 절(切)한 수천(水天)을
한 점 밝혀 뜬 언약(言約)
그 자락 감감한 산하(山河)여
귀뚜리 예지(叡智)를 간[磨]다
석류 / 이영도
다스려도 다스려도
못 여밀 가슴 속을
알 알 익은 고독
기어이 터지는 추정
한 자락
가던 구름도
추녀 끝에 머문다.
신록 / 이영도
트인 하늘 아래
무성히 젋은 꿈들
휘느린 가지마다
가지마다 숨 가쁘다
오월은 절로 겨워라
우쭐대는 이 강산
(청저집 1954)
노을
먼 첨탑이 타네
내 가슴 절벽에도
돌아앉은 인정 위에
뜨겁던 임의 그 피
회한은 어진 깨달음인가
'골고다'로 젖는 노을
무제2
정정한 송백같은
당신의 사유 안에
저녁 어스름
박꽃같은 나의 정은
수석에
구름이 일 듯
조요로운 멋일래
차라리 말이 없어
당신은 바위인데
내 인생은
여울지는 실계곡
청춘에
돋는 속잎을
멧새들이 노닌다
무지개
여읜 그 세월이
덧없은 살음이매
남은 일월은
비단 수로 새기고저
오매로
어리는 꿈에
눈 부시는 무지개
청마 유치환과 정운 이영도
두 시인의 아름다운 사랑을 더듬으며 사랑이 가지고 있는 절절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한번 새겨 보면서 사람간의 사랑이 언제까지나 아름답기를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정향!
바람은 그칠 생각 없이 나의 밖에서 울고만 있습니다.
나의 방 창문들을 와서 흔들곤 합니다.
어쩌면 어두운 저 나무가, 바람이, 나의 마음 같기도 하고
유리창을 와서 흔드는 이가 정향, 당신인가도 싶습니다.
당신의 마음이리다.
주께 애통히 간구하는 당신의 마음이 저렇게 정작 내게까지 와서는 들리는 것일 것입니다.
나의 귀한 정향, 안타까운 정향!
당신이 어찌하여 이 세상에 있습니까?
나와 같은 세상에 있게 됩니까?
울지 않는 하느님의 마련이십니까?
정향! 고독하게도 입을 여민 정향!
종시 들리지 않습니까?
마음으로 마음으로 우시면서 귀로 들으시지 않으려고 눈 감고 계십니까?
내가 미련합니까?
미련하다 우십니까?
지척 같으면서도 만리길입니까?
끝내 만리길의 세상입니까?
정향!
차라리 아버지께서 당신을 사랑하는 이 죄값으로 사망에의 길로 불러 주셨으면 합니다.
아예 당신과는 생각마저도 잡을 길 없는 세상으로
-유치환으로부터 이영도 여사에게-
'美麗的 詩 ·人'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0) | 2017.09.26 |
---|---|
그대가 있음으로 / 박성준 (0) | 2017.09.22 |
논개 / 변영로 (0) | 2017.09.16 |
논개(論介)의 애인(愛人)이 되어서 그의 묘(廟)에 / 한용운 (0) | 2017.09.16 |
외도 동백 / 장문 (0) | 2017.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