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麗的 詩 ·人 345

이별의 詩 모음

녹기 전의 저 눈밭은 얼마나 눈부신가 지기 전의 저 꽃잎은 얼마나 어여쁜가 세상의 값진 것들은 사라지기 때문이리 사랑도 우리의 목숨도 그래서 황홀쿠나 (임보·시인, 1940-) + 이별노래 떠나가는 제 이름을 부르지 마십시오 이별은 그냥 이별인 게 좋습니다 남은 정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갈 길을 가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리움도 너무 깊으면 병이 되듯이 너무 많은 눈물은 다른 이에게 방해가 됩니다 차고 맑은 호수처럼 미련 없이 잎을 버린 깨끗한 겨울나무처럼 그렇게 이별하는 연습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바람 헤어짐은 바람처럼 해야 한다. 바람이 나무와 바람이 별과 바람이 또 바람과 어떤 이별을 하던가. 그냥 스치어갈 뿐 뼈도 눈물도 남기지 않고 장삼 자락만 흔들지 않더냐. 세..

美麗的 詩 ·人 2022.05.13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아버지는 어린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김현승 (金顯承 1913~1975) (원시와 다르게 행을 배열함) 그림=이철원 마지막 두 행의 여운이 길다. 아버지의 ‘때’ 혹은 ‘죄’는 어린 자식들이 간직한 깨끗한 피로 씻김을 받는다니. 어느 아버지인들 때가 없으랴. 분단된 조국, 격동의 현대..

美麗的 詩 ·人 2022.05.09

외로운 사람에게 / 조병화

외로운 사람에게 / 조병화 외로울 땐 나무 옆에 서 보아라. 나무는 그저 제자리 한 평생 묵묵히 제 운명,제 천수를 견디고 있나니 나무는 그저 제 자리에서 한 평생 봄, 여름, 가을, 겨울 긴 세월을 하늘의 순리대로 살아가면서 상처를 입으면 입은대로 참아내며 가뭄이 들면 드는대로 이겨내며 ​ 홍수가 지면 지는대로 견디어내며​ 심한 눈보라에도 폭풍우에도 쓰러지지 않고 ​ 의연히 제 천수를 제 운명대로 제 자리를 지켜서 솟아 있을 뿐 나무는 스스로 울질 않는다. 바람이 대신 울어준다. 나무는 스스로 신음하지 않는다. 세월이 대신 신음해 준다. 오, 나무는 미리 고민하지 않는다. 미리 근심하지 않는다. 그저 제 천명 다하고 쓰러질 뿐이다

美麗的 詩 ·人 2022.01.10

시조 - 감나무 / 김찬재, 우리말 시조집 / yellowday

미나님 블로그에서 감나무 / 김찬재 집 안뜰 뒷마당에 아버지가 서 계신다 빛바랜 보굿 옷에 검버섯 주름진 채 매달린 많은 식속들 아린 맘 바람막이로 긴 세월 오직 한 길 허허로이 웃는다 떫은 맛 우려내고 성가신 일 삭여가며 애비 꿈 애써 익혀낸 분홍 아늠 홍시 감 * 보굿 : 굵은 나무줄기의 비늘같이 생긴 껍데기 * 아늠 : 볼을 이루고 있는 살 우리말 시조집 / yellowday - 김찬재님께 시조집 '멋진 한글 라온 꿈에 젖어'를 소쩍새 울음으로 국화꽃 피워내듯 작달비 마다않으시고 오달지게 펼치셨네 순수한 우리말을 샅샅이 찾아내어 씨뿌려 가꾸어 열음으로 익혀내니 온누리 한글사랑이 아름들이 자라나리 그 누가 결기되어 묵정밭 갈겠는가 흙속에 묻혀있던 옥석을 찾아내어 세상에 다시 태어나게 우리글 톺는마음 ..

美麗的 詩 ·人 2021.12.18

뺄셈 / -김광규(金光圭 1941∼)

뺄셈 덧셈은 끝났다 밥과 잠을 줄이고 뺄셈을 시작해야 한다 남은 것이라곤 때묻은 문패와 해어진 옷가지 이것이 나의 모든 재산일까 돋보기 안경을 코에 걸치고 아직도 옛날 서류를 뒤적거리고 낡은 사진을 들추어보는 것은 품위 없는 짓 찾았다가 잃어버리고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 또한 부질없는 일 이제는 정물처럼 창가에 앉아 바깥의 저녁을 바라보면서 뺄셈을 한다 혹시 모자라지 않을까 그래도 무엇인가 남을까 -김광규(金光圭 1941∼)

美麗的 詩 ·人 2021.11.01

이별의 말 / 오세영

이별의 말 / 오세영 ​ 설령 그것이 마지막의 말이 된다 하더라도 기다려달라는 말은 헤어지자는 말보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 이별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하는 것이다 '안녕' 손을 내미는 그의 눈에 어리는 꽃잎 ​ 한때 격정으로 휘몰아치던 나의 사랑은 이제 꽃잎으로 지고 있다 ​ 이별은 봄에도 오는 것, 우리의 슬픈 가을은 아직도 멀다 기다려달라고 말해다오 설령 그것이 마지막의 말이 된다 하더라도

美麗的 詩 ·人 2021.07.18

봄과 같은 사람 / 이해인

봄과 같은 사람 / 이해인 ​ 봄과 같은 사람이란 어떤 삶일까 생각해 본다 ​ 그는 아마도 늘 희망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따뜻한 사람, ​친절한 사람, 명랑한 사람, ​온유한 사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 창조적인 사람, ​긍정적인 사람일게다.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고 불평하기 전에 우선 그 안에 해야 할 바를 최선의 성실로 수행하는 사람,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새롭히며 나아가는 사람이다 ​ -이해인의 에서 - ​

美麗的 詩 ·人 2021.05.03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도종환 詩

견우직녀도 이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안개꽃 몇 송이 함께 묻고 돌아오네 살아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해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 벌 이웃에 나눠 주고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돌아오네 은하 건너 구름 건너 한 해 한 번 만나게 하는 이 밤 은핫물 동쪽 서쪽 그 멀고 먼 거리가 하늘과 땅의 거리인 걸 알게 하네 당신 나중 흙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 되어 다시 만나지는 길임을 알게 하네 내 남아 밭 갈고 씨 뿌리고 땀 흘리며 살아야 한 해 한 번 당신 만나는 길임을 알게 하네

美麗的 詩 ·人 2021.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