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麗的 詩 ·人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yellowday 2021. 10. 30. 19:42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 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의 <옛날의 그 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