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맵시있게 차려 입고 무슨 책 읽고 있을까 입력 : 2013.06.12 03:04 윤덕희, '책 읽는 여인' - 18세기, 비단에 담채, 20×14.3㎝, 서울대박물관 소장 문방(文房)에 네 벗이 있어도 조선시대 여자에게 붓과 벼루는 멀었다. 바늘과 실이 오로지 가까웠다. 부덕(婦德)은 바느질하고 누에 치고 길쌈하는 나날에서 길렀을 뿐, 독서와 학문은 본디 .. 옛그림 옛사람 2013.06.13
[50] 길에서 잠에 빠진 스님… 무슨 꿈을 꾸었을까 입력 : 2013.05.17 23:18 유숙, ‘오수삼매’… 19세기, 종이에 먹, 40.4×28㎝, 간송미술관 소장. 승려는 두 손을 무릎 위에 모았다. 고개를 떨구고 낮잠을 잔다. 오죽 고단했으면 길바닥에 앉아 까무룩 잠에 빠졌을까. 겉모습이 왠지 가엾고 구슬프다. 수그린 머리 뒤로 드러난 목덜미는 메말랐.. 옛그림 옛사람 2013.05.21
[49] 칼집 속 劍의 기운이 얼굴에도… 욕망을 끊다 입력 : 2013.05.05 23:07 '검선도' - 이인상 그림, 18세기, 종이에 담채, 96.7×61.8㎝,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굽은 소나무와 곧은 소나무가 밑동에서 맞닿았다. 세월이 할퀴고 간 자국들이 나뭇결에 어지러운데, 그 세월을 등지고 앉은 듯한 노인은 외려 허리가 빳빳하다. 쓱 봐도 보통내기가 아니.. 옛그림 옛사람 2013.05.06
[48] 푸진 봄볕, 간지러운 봄바람… 春興에 겨워 그저 사랑스러운 붓질 입력 : 2013.04.24 23:05 버들가지에 물오른 봄날이다. 허투루 쌓은 돌담 사이로 문짝을 열어놓고 주인장은 못에 들어가 말을 씻는다. 아랫것들 시켜도 될 궂은일인데, 주인이 내켜 말고삐를 잡았다. 날이 따스워진 까닭이다. 팔 걷어붙이고 다리통까지 드러냈지만 체면에 상툿바람은 민망했.. 옛그림 옛사람 2013.04.25
[47] 꼿꼿한 등, 뚫어지게 보는 눈… 선비의 자세 입력 : 2013.03.20 22:58 '윤동섬 초상'… 작자 미상, 18세기, 비단에 채색, 97.1×57.4㎝,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등뼈를 꼿꼿이 세우고 앉았다. 한곳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품새가 단정하고 엄숙하다. 복색은 '블랙 앤 화이트'인데, 절제된 단순성이 멋스럽다. 차림에서 벌써 기품이 감돈다. 그가 .. 옛그림 옛사람 2013.03.21
[46] 황홀한 봄은 금세 가고, 꽃향기는 쉬 스러지나니 입력 : 2013.03.06 22:31 꽃 사랑도 지나치면 밉보인다. 이를테면 두보 같은 대시인의 탄식이 그렇다. '한 조각 꽃잎이 날려도 봄은 깎이는데/ 바람에 만 점 흩날리니 진정 시름겹구나.' 시구로야 더할 나위 없는 절창인데, 되뇌어보면 어떤가. 낫살 든 자의 엄살기가 슬며시 묻어난다. 송나라 .. 옛그림 옛사람 2013.03.07
[45] 분 냄새 넘실댈 듯, 한껏 달뜬 女心이여 입력 : 2013.02.26 22:46 내간(內間) 풍경을 좀 훔쳐보련다. 여인이 거울 앞에서 머리를 다듬는다. 보암보암이 어엿한 집안의 규수는 아닐 테다. 꾸민 티가 색스럽고 하는 짓이 들떠 있다. 치마가 강동해서가 아니라, 무릎 한쪽을 올리는 바람에 속곳이 살짝 드러났다. 는실난실하게 구는 꼴이 .. 옛그림 옛사람 2013.02.27
[44] 은사, 사무치는 고독을 견디는 사람 입력 : 2013.02.19 02:34 | 수정 : 2013.02.20 09:54 위 가옥 부분 확대 첩첩산중에 바위들이 덧나고 포개졌다. 늘어선 모습이 매우 사납다. 산은 살집을 다 발라내고 뼈다귀만 추려낸 꼴이다. 이것을 일러 '동골(冬骨)'이라 하니, 곧 겨울 산수화(山水畵)의 전형이다. 산 아랫도리에 꼽사리 같은 초가 .. 옛그림 옛사람 2013.02.20
[43] 농사꾼의 아내는 서산에 해 져야 비로소 호미를 씻네 입력 : 2013.02.04 23:19 '봄 캐는 여인'(부분)… 윤용 그림, 종이에 담채, 27.6×21.2㎝, 18세기, 간송미술관 소장. 흙내 풍기는 시골 여인이 들판에 서 있다. 고개 돌려 어딘가를 골똘히 지켜보는 뒷모습이다. 얼굴이 안 보여 그럴까, 겉에 입은 일옷에 눈길이 먼저 간다. 선바람으로 나선 매무시가.. 옛그림 옛사람 2013.02.05
[42] 후다닥 벗어던진 신발 뒤편, 흐드러진 봄날이 숨었구나 입력 : 2013.01.28 22:57 '사시장춘'… 전(傳) 신윤복 그림, 종이에 담채, 27.2×15.0㎝, 조선 후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소한과 대한을 다 넘겼다. 추위가 끈덕져도 입춘이 코앞에서 서성거린다. 하마 봄이 그리우니 봄 그림 하나를 봐야겠다. 기둥에 글씨가 있다. 떡하니 써 붙이기를, '사시장춘.. 옛그림 옛사람 2013.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