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麗的 詩 ·人 345

나룻배와 행인 / 만해 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美麗的 詩 ·人 2021.01.16

류시화 시 모음 40편

류시화시모음 40편 ☆★☆★☆★☆★☆★☆★☆★☆★☆★☆★☆★☆★ 《1》 9월의 이틀 류시화 소나무 숲과 길이 있는 곳 그곳에 구월이 있다. 소나무 숲이 오솔길을 감추고 있는 곳 구름이 나무 한 그루를 감추고 있는 곳 그곳에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이 있다 그 구월의 하루를 나는 숲에서 보냈다 비와 높고 낮은 나무들 아래로 새와 저녁이 함께 내리고 나는 숲을 걸어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뭇잎사귀들은 비에 부풀고 어느 곳으로 구름은 구름과 어울려 흘러갔으며 그리고 또 비가 내렸다 숲을 걸어가면 며칠째 양치류는 자라고 둥근 눈을 한 저 새들은 무엇인가 이 길 끝에 또다른 길이 있어 한 곳으로 모이고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모래의 강물들 멀리 손까지 뻗어 나는 언덕 하나를 붙잡는다 언덕은 손 안에서 부서..

美麗的 詩 ·人 2020.11.15

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

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 주님, 주님께서는 제가 늙어가고 있고 언젠가는 정말로 늙어 버릴 것을 저보다도 잘 알고 계십니다.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하시고 특히 아무 때나 무엇에나 한 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저를 사려깊으나 시무룩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시고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제가 가진 크나큰 지혜의 창고를 다 이용하지 못하는 건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저도 결국엔 친구가 몇 명 남아 있어야 하겠지요. 끝없이 이 얘기 저 얘기 떠들지 않고 곧장 요점으로 날아가는 날개를 주소서. 내 팔다리, 머리, 허리의 고통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막..

美麗的 詩 ·人 2020.06.07

가지 않은 길(Virgin Road 또는 The Road Not Taken) /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美麗的 詩 ·人 2020.05.05

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

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 주님, 주님께서는 제가 늙어가고 있고 언젠가는 정말로 늙어 버릴 것을 저보다도 잘 알고 계십니다.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하시고 특히 아무 때나 무엇에나 한 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저를 사려깊으나 시무룩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시고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제가 가진 크나큰 지혜의 창고를 다 이용하지 못하는 건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저도 결국엔 친구가 몇 명 남아 있어야 하겠지요. 끝없이 이 얘기 저 얘기 떠들지 않고 곧장 요점으로 날아가는 날개를 주소서. 내 팔다리, 머리, 허리의 고통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막..

美麗的 詩 ·人 2020.04.05

나무열쇠 / 오현정

나무열쇠 / 오현정 물오른 나이테, 문짝이 맞나? 여닫이와 날름쇠는 문단속 중이다 깊숙이 손을 넣어본다 꽂아본다, 자물쇠의 입 쳐든다, 핀 촉 빗장을 벗긴다 꼼짝 못하게 암벽보다 탄탄하다 숲 사내 야릇한 내음새 --오현정 시인의 시집 『몽상가의 턱』중에서-- 오현정 시인의 프로필 1989년 현대문학 2회 추천완료로 등단 숙명여대 불문과 졸업 시집(라데츠키의 팔짱을 끼고). (몽상가의 턱). (광교산 소나무) 외 다수 예지문학상 외 다수 한국시인협회 이사

美麗的 詩 ·人 2020.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