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차 / 조향미
찬 가을 한 자락이
여기 환한 유리잔
뜨거운 물 속에서 몸을 푼다
인적 드믄 산길에 짧은 햇살
청아한 풀벌레 소리도 함께 녹아든다
언젠가 어느 별에서 만나
정결하고 선한 영혼이
오랜 세월 제 마음을 여며두었다가
고적한 밤 등불 아래
은은히 내 안으로 스며든다
고마운 일이다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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