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 양현근 57 키큰 나무와 키작은 나무가 어깨동무하듯 그렇게 눈 비비며 사는 것 조금씩 조금씩 키돋음하며 가끔은 물푸레나무처럼 꿋꿋하게 하늘 바라보는 것 찬서리에 되려 빛깔 고운 뒷뜨락의 각시감처럼 흔들리지 않게 노래하는 것 계절의 바뀜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채는 것 새벽길, 풀이슬, 산울림 같은 가슴에 남는 단어들을 녹슬지 않도록 오래 다짐하는 것 함께 부대끼는 것 결국은 길들여지는 것. 사랑하는 사람에게 - 김재진 58 당신 만나러 가느라 서둘렀던 적 있습니다. 마음이 먼저 약속 장소에 나가 도착하지 않은 당신을 기다린 적 있습니다. 멀리서 온 편지 뜯듯 손가락 떨리고 걸어오는 사람들이 다 당신처럼 보여 여기에요, 여기에요, 손짓한 적 있습니다. 차츰 어둠이 어깨 위로 쌓였지만 오리라 믿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