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바람벽이 있어/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 던지고 때글은 낡은 무명 샷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 白石의詩 모음 2012.11.13
소월(素月)과 조선생(曺先生) / 백석 소월(素月)과 조선생(曺先生) / 백석 나는 며칠 전 안서 선생님한테로 소월이 생전 손으로 놓지 않던 '노트' 한 권을 빌려 왔다. 장장이 소월의 시와 사람이 살고 있어서 나는 이 책을 뒤지면서 이상한 흥분을 금하지 못한다. 대부분이 미발표의 시요 가끔 그의 술회와 기원이 두세 줄씩 산.. 白石의詩 모음 2012.11.13
단풍(丹 楓) / 백석 단풍(丹 楓) / 백석 빨간 물 짙게 든 얼굴이 아름답지 않느뇨. 빨간 정(情) 무르녹는 마음이 아름답지 않으뇨. 단풍든 시절은 새빨간 웃음을 웃고 새빨간 말을 지즐댄다. 어데 청춘(靑春)을 보낸 서러움이 있느뇨. 어데 노사(老死)를 앞둘 두려움이 있느뇨. 재화가 한끝 풍성하야 시월(十月).. 白石의詩 모음 2012.11.13
늙은 갈대의 독백 / 백석 늙은 갈대의 독백 / 백석 해가 진다 갈새는 얼마 아니하야 잠이 든다 물닭도 쉬이 어느 낯설은 논드렁에서 돌아온다 바람이 마을을 오면 그때 우리는 섧게 늙음의 이야기를 편다 보름달이면 갈거이와 함께 이 언덕에서 달보기를 한다 강물과 같이 세월의 노래를 부른다 새우들이 마른 잎.. 白石의詩 모음 2012.11.13
고독/ 백석 고독/ 백석 나는 고독과 나란히 걸어간다 휘파람 호이호이 불며 교외(郊外)로 풀밭길의 이슬을 찬다 문득 옛일이 생각키움은 ― 그 시절이 조아졌음이라 뒷산 솔밭 속의 늙은 무덤 하나 밤마다 우리를 맞아 주었지만 어떠냐! 그때 우리는 단 한 번도 무덤 속에 무엇이 묻혔는 가를 알려고 .. 白石의詩 모음 2012.11.13
쓸쓸한 길 / 백석 쓸쓸한 길 거적장사 하나 산(山)뒷 옆비탈을 오른다 아 - 따르는 사람도 없이 쓸쓸한 쓸쓸한 길이다 산(山) 가마귀만 울며 날고 도적갠가 개 하나 어정어정 떠러간다 이스라치전이 드나 머루전이 드나 수리취 땅버들의 하이얀 복이 서러웁다 뚜물같이 흐린 날 동풍(東風)이 설렌다 쓸쓸한 .. 白石의詩 모음 2012.11.13
비 / 백석. 해질 무렵 어느 날 - 이해인. 산(山) 비/ 백석 비 / 백석 아카시아들이 언제 흰 두레 방석을 깔었나 어데서 물쿤 개비린내가 온다 꽃 지고 난 뒤 바람 속에 홀로 서서 씨를 키우고 씨를 날리는 꽃나무의 빈집 쓸쓸해도 자유로움 그 고요한 웃음으로 평화로운 빈 손으로 나도 모든 이에게살뜰한 정 나누어주고 그 열매 익기 전에 떠날 수.. 白石의詩 모음 2012.11.13
여승(女僧) / 백석 여승(女僧) / 백석 여승(女僧)은 합장(合掌)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 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平安道)의 어느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女人)은 나 어린 딸 아이를 따리며 가을밤 같이 차게 .. 白石의詩 모음 2012.11.13
통영(統營)/백석 통영(統營)/백석 옛날엔 통제사(統制使)가 있었다는낡은 항구(港口)의 처녀들에겐 옛날이 가지 않은 천희(千姬)라는 이름이 많다 미역오리같이 말라서 굴껍지처럼 말없이 사랑하다 죽는다는 이 천희(千姬)의 하나를 나는 어느 오랜 객주집의 생선 가시가 있는 마루방에서 만났다 저문 유.. 白石의詩 모음 2012.11.13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 白石의詩 모음 2012.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