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石의詩 모음

단풍(丹 楓) / 백석

yellowday 2012. 11. 13. 23:26

단풍(丹 楓) / 백석


빨간 물 짙게 든 얼굴이 아름답지 않느뇨.
빨간 정(情) 무르녹는 마음이 아름답지 않으뇨.

단풍든 시절은 새빨간 웃음을 웃고 새빨간 말을 지즐댄다.
어데 청춘(靑春)을 보낸 서러움이 있느뇨.

어데 노사(老死)를 앞둘 두려움이 있느뇨.
재화가 한끝 풍성하야 시월(十月)햇살이 무색하다.

사랑에 한창 익어서 살찐 띠몸이 불탄다.
영화의 자랑이 한창 현란해서 청청한울이 눈부셔 한다.

시월(十月)시절은 단풍이 얼굴이요, 또 마음인데 시월단풍도 높다란 낭떨어지에
두서너 나무 개웃듬이 외로히 서서 한들거리는 것이 기로다.

시월 단풍은 아름다우나 사랑하기를 삼갈 것이니 울어서도 다 하지 못한
독한 원한이 빨간 자주로 지지우리지 않느뇨.


지줄댄다 : 지껄여댄다
무색하다 : 오히려 부끄러울 정도로 초라하다
띠몸 : 띠를 두른 몸
깨웃듬이 : 기웃듬이 얼굴을 내밀고 부끄러이 서 있는 나무의 모양을 나타냄. 기웃듬이는
약간 몸을 비스듬이하고 균형을 잡고 있는 모양, 돌출이 되어 기웃뚱이.
지지우리지 : 황홀할 정도로 환하게 빛나지

yellowday 옮김

'白石의詩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흰 바람벽이 있어/ 백석  (0) 2012.11.13
소월(素月)과 조선생(曺先生) / 백석  (0) 2012.11.13
늙은 갈대의 독백 / 백석   (0) 2012.11.13
고독/ 백석  (0) 2012.11.13
쓸쓸한 길 / 백석  (0) 2012.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