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기 중엽, 고려 인종, 의종 연간은 순청자의 전성기였다. 현존하는 순청자 명품들은 거의 다 이 시기에 강진 사당리가마와 부안 유천리가마에서 제작된 것이다. 형태는 우아하고 품위있어 전아(典雅)한 느낌을 주고, 빛깔은 맑은 비취색을 띠며 깊은맛을 준다.
그러나 문양의 표현에서는 고민이 있었다. 본래 도예의 아름다움은 형태, 빛깔, 문양을 3요소로 한다. 문양은 도자기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유력한 수단이다. 백자는 출현과 동시에 청화(靑畵)라는 코발트 안료를 동반함으로써 병, 항아리 등 정형화된 형태에 여러 무늬를 그려 넣어 다양한 변주를 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청자는 그런 유효한 안료를 동반하지 못하였다. 그릇 표면에 양각 또는 음각으로 새길 수밖에 없었는데 청자의 유약이 너무 투명하여 무늬의 효과가 적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청자빛의 맑은 느낌을 감소시키기도 했다. 그것은 순청자가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청자 대마디무늬 병'(국보169호·사진)은 순청자의 이런 문양의 문제를 절묘하게 극복한 명품이다. 표면 자체를 거의 조각에 가깝게 대나무 무늬로 돌렸다. 밑굽부터 빼곡히 뻗어 올라온 서른 개의 대나무가 둥근 몸체에서는 부풀어지는 양감을 보여주다가 목에 이르러서는 두 줄기가 하나로 합쳐지며 열다섯 줄기로 좁혀진다. 줄기는 둥글게 도드라져 유약이 얇아 연둣빛을 띠지만, 줄기와 줄기가 만나는 부분은 골처럼 파이면서 짙은 비췻빛을 발하고 있다. 또 줄기마다 일정한 간격으로 두 가닥의 대마디를 새겨 넣어 마치 청신한 청죽밭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기능적으로는 병을 잡을 때 미끄러지지 않는 효과도 있어 공예의 미(美)와 용(用)이 동시에 살아난다.
12세기 고려청자의 창의적 발상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무늬새김이 아니라 형태 자체를 표주박, 복숭아, 죽순 같은 식물이나 오리, 사자, 거북 같은 동물 모양으로 조각함으로써 더욱 다양한 모습을 띠게 된다. 이것이 전성기 고려청자의 양상이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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