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는 생활용기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접시, 대접, 잔, 술병, 꽃병, 주전자, 항아리, 매병, 연적 등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이 점은 조선시대 백자와 다를 것이 없지만 다도의 유행에 따라 다완과 탁잔이 유난히 많고, 불교 의식에 쓰이는 향로가 많다. 그런 고려청자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그릇 모양에 일정한 형식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주전자가 그렇다.
백자주전자의 경우 단지 같은 몸체에 손잡이와 주구가 달린 것을 전형으로 하면서 청화로 여러 무늬를 나타냈다. 그러나 순청자는 문양이 아니라 형태 자체에서 다양성을 추구하여 표주박, 죽순, 연꽃봉오리, 석류, 거북, 오리, 인물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났다. '청자 거북 모양 주전자'는 연꽃 위에 앉아 있는 거북의 형태이고 '청자 오리 모양 주전자'는 오리 위에 사람이 올라탄 모습이며 '청자 죽순 모양 주전자'는 대나무 요소로만 구성되었다. 한결같이 그 구성이 절묘하여 하나의 도조(陶彫) 작품을 보는 듯하다.
그중에서도 '청자 비룡(飛龍) 모양 주전자'(국보 61호·사진)는 그 구성이 아주 기발하다. 비룡은 용의 머리에 물고기 몸체를 가진 상상의 동물로 어룡(魚龍)이라고도 한다. 주구 역할을 하는 용의 머리엔 예리한 앞지느러미가 펼쳐져 있고 몸체엔 옆지느러미가 날개처럼 바짝 들려 있다. 비늘은 아주 가늘고 섬세하여 사실감과 생동감이 동시에 일어난다. 손잡이는 연꽃줄기를 비비 꼬아 더없이 튼실해 보이며 넓게 퍼진 연판은 이 요란한 형태의 몸체를 안정감 있게 받쳐준다. 앞에서 보면 용이 고개를 흔들며 움직이는 듯하고 뒤에서 보면 앞으로 질주하는 듯하다.
본래 비룡은 화재를 예방하는 상징성이 있어 건축물의 치미에 많이 장식되었고, 개성 고려궁궐터에서는 이런 모양의 장식기와도 발견되었다. 그런 비룡을 주전자에서도 이처럼 신비롭고도 멋지게 만들어냈으니 12세기 시대 정서는 대단히 풍요했을 것만 같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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