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 국보순례

[131] 청자 복숭아 연적

yellowday 2011. 10. 20. 21:55

 

문방사우(文房四友)라면 종이·붓·먹·벼루를 말한다. 그리고 여기에 반드시 따르는 것이 연적이다.  연적은 정말로 문인들의 벗이었다. 옛 문인들은 저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연적을 골라 사용했다. 고려청자 연적은 비록 전래품이 적지만 한결같이 명품들이다. 연적이라면 대개 두부 모양의 사각연적을 생각하게 되지만 고려청자 연적은 인물·동물·식물 등 아주 다양한 형태미를 보여준다.

'청자 동자모양 연적'은 어린아이가 정병을 가슴에 안고 있는 모습으로 얼굴은 복스럽고 머리엔 연잎 모양의 모자가 씌워져 있어 머리 위로 물을 넣고 정병 주둥이로 물이 나오게끔 되어 있다. '청자 오리모양 연적'(국보 74호)은 앙증맞은 생김새의 오리가 머리와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헤엄치는 모습으로 입에 문 연줄기가 등에 있는 연잎에 연결되어 있다. 이는 입수구와 출수구를 배려한 조형적 결합이다. '청자 원숭이모양 연적'은 이국적인 애완동물을 형상화한 것으로 요즘으로 치면 판다처럼 사랑스러웠던 모양이다.    야후..........yellowday 
                                             

           

그중 '청자 복숭아 연적'(보물 1025호·사진)은 정말로 앙증맞은 연적이다. 잘 익은 복숭아를 몸체로 삼아 한쪽엔 짧은 복숭아 가지 하나에 잎사귀를 덧붙여 손잡이로 삼았고, 다른 한쪽은 이파리 2개를 둥글게 말아 출수구로 만들었다. 본래 연적엔 입수구가 따로 있어 구멍이 두 군데 있다. 그러나 이 복숭아연적은 밑바닥에 구멍을 내고 몸체 속으로 긴 대롱을 달아 물을 담게 했기 때문에 별도의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복숭아의 열매, 잎, 줄기, 꽃봉오리를 모티브로 이처럼 사랑스러운 연적을 만들어낸 디자인 솜씨가 놀라울 뿐이다.

이 복숭아연적은 쥐는 맛이 아주 좋다. 한 손에 착 감기면서 봉긋 솟은 꼭지와 가느다란 홈으로 갈라놓아 몸체를 만지작거리고 있자면 은근히 에로틱한 느낌조차 받게 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복숭아연적을 사용한 문인은 어떤 분이었을까. 아마도 공부는 별로 좋아하지 않고 풍류와 멋을 즐기던 분이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