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가 투각·조각으로 다양한 형태미를 보여주는 가운데 구성에 있어서나 기법에 있어서나 가장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는 것은 '청자 투각 칠보뚜껑 향로'(국보95호·사진)이다. 높이 15.3㎝의 아담한 크기로 공 모양의 뚜껑은 동그라미를 겹쳐 그린 사방연속무늬로 무늬 안팎을 뚫어 그 사이로 향이 피어오르도록 되어 있다. 이 동그라미 무늬 구성을 대개는 일곱 가지 길상 도안인 칠보(七寶) 무늬의 하나라고 생각되어 이렇게 부르고 있지만 일정하게 찍힌 흰 점을 중심으로 보면 마름모꼴 꽃무늬가 겹쳐진 것으로 된다.
몸통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윗부분의 둥근 화로는 따로 조각하여 붙여놓은 다섯 겹의 잎이 겹겹이 싸고 있고, 아래로 늘어진 다섯 잎이 이를 떠받치고 있다. 잎이 긴 것을 보면 국화잎에 가깝고 물결 모양의 형태에 잎맥이 곧은 것을 보면 연잎에 가깝다. 빛깔은 돌출에 따라 회색, 연두색, 짙은 비취색으로 흔연히 어우러진다.
음각으로 덩굴무늬가 곱게 새겨진 꽃잎 모양의 받침대는 세 마리의 토끼가 귀를 쫑긋 세운 채 얌전히 앉아 이 무거운 향로가 힘들 것 없다는 듯 등으로 떠받들고 있다. 그 자태를 보면 참으로 착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눈동자를 흑상감으로 나타내어 아주 생동감이 일어난다. 바로 이런 표현에서 우리 도자기만의 유머 감각을 느끼게 된다. 만약 중국에서 이런 향로를 만들었다면 아마도 힘겨움에 포효하는 우람한 짐승으로 나타냈을 것이다.
이 향로는 칠보무늬로 구성된 뚜껑, 잎으로 감싸인 몸체, 착한 토끼 받침대 등 3단 구성 자체가 기발하기도 하지만 잎이 다섯 겹으로 벌어진 상태로 구워냈다는 점, 투각·조각·음각 기법을 두루 사용했고, 흑백상감이 살짝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순청자기술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 작품임을 말해준다. 이런 뛰어난 청자 향로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이 시대 문화가 청자뿐만 아니라 문화 능력 전체가 그만큼 원숙해 있음을 반영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때는 12세기 중엽, 고려 인종·의종 연간이었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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