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보는 왕실에서 제작한 의례용 도장이다. 예를 들어 왕세자로 책봉되면 '왕세자인', 왕비로 받아들여지면 '왕비지보'라는 도장을 만들어 주었다. 또 왕과 왕비의 덕을 기리는 존호(尊號)가 내려지거나 돌아가신 후 시호(諡號)를 올리게 되면 그 공덕을 칭송하는 글을 새긴 어책(御冊)을 함께 제작하여 바쳤다. 그리고 왕과 왕비가 돌아가시면 이 어보를 종묘의 당신의 신실(神室)에 보관하였다.
어보는 기본적으로 거북이나 용 모양의 손잡이에 끈이 달려 있는 도장으로, 대개 높이 9㎝, 무게 4㎏으로 옥돌로 만들거나 은과 구리를 섞어 만든 다음 금으로 도금하였다. 도장에 새긴 글자는 적게는 4자, 많게는 116자에 이른다. 이 어보는 보자기에 곱게 싸서 내함에 넣고 내함을 다시 보자기로 싼 뒤 외함에 넣고는 한약재로 된 방충제를 넣어 자물쇠로 잠갔다. 때문에 하나의 어보에는 도장 이외에 내함, 외함, 자물쇠, 그리고 3개의 보자기와 끈으로 구성되었다.
이 어보 일괄유물은 한결같이 제작연대를 명확히 말해주는 뛰어난 금속공예품이고, 목칠공예품이며, 직조물이다. 이처럼 조선시대 공예사의 흐름을 완벽히 보여주는 어보가 300여 점이나 남아 있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조선왕조의 궁중 문화유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