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장식화 중에는 십장생도와 좋은 짝을 이루는 해학반도도(사진, 부분)가 있다. 현재 수십 폭이 전하여 국공사립 미술관과 유명한 개인 컬렉션에는 8폭, 10폭의 명작들이 한두 점씩 소장되어 있고 평양 중앙역사박물관에도 한 폭 있다. 호놀룰루 아카데미미술관에 소장된 12폭 병풍에는 금박까지 더해져 대단히 화려하고 장식적이다.
해학반도도는 장생의 상징물 중 바다·학·영지·천도복숭아로 구성된 환상적인 바다 풍경화이다. 신선의 나라에 있다는 상상의 복숭아는 나무줄기가 반룡처럼 구불구불하여 반도(蟠桃)라 하고, 천도(天桃)라고도 부른다. 전설에 의하면 이 천도는 곤륜산(崑崙山)에 있는 서왕모(西王母)의 거처인 요지(瑤池) 주변에 열리는데, 꽃이 피는 데 삼천년, 열매가 맺히는 데 삼천년, 열매가 익는 데 삼천년 걸린다고 한다. 한나라 때 동박삭(東方朔)은 곤륜산에 몰래 들어가 천도 열 개를 훔쳐 먹고 삼천갑자를 살았다고 한다. 서왕모는 요지의 천도복숭아가 익을 때면 신선들을 모아서 잔치를 벌였는데 이를 그린 그림을 요지연도(瑤池宴圖)라고 한다.
해학반도도는 이런 중국 전설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중국의 요지연도와는 전혀 다른 도상으로 구성된 조선왕실 고유의 궁중장식화이다. 청록진채를 기본으로 하면서 바다에는 흰 물결이 일고 하늘에는 붉은 해와 수십 마리의 학이 날고 있다. 십장생도와 마주 놓으면 하나는 산수와 사슴, 하나는 바다와 학이 주제로 된 환상적인 풍경을 이루어 보는 것만으로도 선경(仙境)에 이르는 듯한 감동이 일어난다. 실제로 국립고궁박물관에는 십장생도와 해학반도도가 합쳐진 병풍도 있다.
이런 해학반도도를 간혹 민화라고 부르며 본격적인 회화가 아닌 것처럼 분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당대의 화원들이 그린 궁중장식화가 민화일 수 없는 일이며, 낙관이 없다고 하여 회화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해학반도도는 십장생도와 함께 궁중회화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조선회화사의 명장면이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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