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조님
한량무
하늘 하늘 도포자락
겹겹이 입은 퀘자
바지 저고리 받춰 입고
버선 대님 곱게 치고
빨간술, 파란술로
가슴 저며 매고나서
얌전히 동여 맨 망건
그 위에 갓을 쓰니
임백호가 환생한듯
영락 없는 한량이로고
이기동의 합죽선에
흥선군이 난을 치고
임이조가 춤을 추니
이 아니 제격인가
풍악을 울려라
우리 한 판 놀아보세
손에 잡은 저 부채는
뉘와 함께 노닐런가
황진이를 잡으랴
두향이를 잡으랴
이도저도 아니면
명월이를 희롱하랴
부채살에 실은 눈길
받아 줄이 찾을적에
도포자락 넓은 품이
옛 선비의 기개로다
어와 내사랑!
어느 꽃에 묻어 왔나
앞태 뒤태 어루만져
업고 안고 놀아보자
펼친 부채 대장부요
접은 속은 내 뜻이라
푸르디 푸른 창공 양의 기운 펼침이요
누르디 누른 땅은 음의 기운 품음이니
하늘, 땅 기운으로
그 사이 우리들 삶
만남도 헤어짐도
이 속에 있는 이치
흥에 겨워 펼친 부채
고이 접어 모아 들고
훨훨 날던 버선발도
두 발 얌전히 벗어 놓고...
그래도 못 잊어
구름에나 실어 볼까
그래도 못잊어
꿈길에나 만나려나.
10' 9/12 yellowday
* 삼가 임이조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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