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동짖 달 열 엿샛날은
친정 아버지의 기일이다.
모진 바람이 살갗을 에이던 날
햇살이 있기에 양지쪽이라
그저 자식을 한 발자욱이라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시골집 대문앞에 나와 앉아
자식 며느리 기다리다 그 자리에 그만 쓰러지셨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이미 정신을 놓으셨고...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고 나서야 병원으로 모셨다.
출가외인이라 했던가
이런 저런 사정으로 아버지 제사에
참석치 못한 죄인이여
의사의 말이 뇌경색이라신다.
그 후로 한 달 보름동안을 중환자실과 준 중환자실을 오가며
치료를 받으셨다.
중환자실에는 정해진 면회 시간이 있어
우린 언제나 엄마를 홀로 두고 병실을 나와야 했다.
그럴때마다 눈가에 맺혀 있는 이슬을 보았다.
가지 말라고 무섭다고 손사래를 치는것 같아
더 이상 두고 볼 수없어 준 중환자실로 옮겼다.
그 곳은 의사, 간호사, 보호자가 함께 돌볼수 있는 공간이다
짧은 기간동안이나마 우린 최선을 다해 보살펴 드렸다.
그러나 더 이상 우리들 힘으로 안 되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78번째 생신이었다.
그동안 배워온 춤 솜씨를 엄마 앞에 맘껏 자랑했었다.
뱃노래, 산조, 민요, 살풀이 등등...
너무도 좋아하시고...
"언제 또 할래" "내년 생신때 할께요."
"그렇게나 오래 있다가."....
그 생신을 스무날도 채 안 남기시고,
기다려 주지 못하고 가실줄이야
그럴줄 알았으면 아무날이라도 해 드릴껄!
가슴 깊은 후회가 회한으로 밀려 왔다.
살아 계실때 아낌없이 다 드렸어야 했는데.
살아 계실때 잘 챙겨 드렸어야 했는데...
속죄할 곳이 없어 이렇게 글을 써 보지만
풀어지지 않는 응어리는 가슴에 피멍으로 남는다.
2010' 추석날 yellow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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