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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가 (長恨歌) / 백거이

yellowday 2015. 12. 11. 00:43
                                                                 현대판 양귀비像
 
 
중국 당대의 시인 백거이가 젊은 시절에 지은 서사적인 장가.
 

제재는 현종() 황제와 양귀비()의 비련()에 관한 것이며, 4장으로 되었다.

제1장은, 권력의 정상에 있는 황제와 절세가인 양귀비의 만남과, 양귀비에게 쏟는 현종황제의 지극한 애정 등을 노래하였다.

제2장에서는, 안녹산(祿)의 난으로 몽진하는 길에, 양귀비를 어쩌다 죽게 한 뉘우침과 외로움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황제의 모습을 그렸다.

제3장은, 환도 후 양귀비의 생각만으로 지새는 황제를 묘사한다.

제4장에서는, 도사의 환술()로 양귀비의 영혼을 찾아, 미래에서의 사랑의 맹세를 확인하게 되었으나,

천상()과 인계()의 단절 때문에 살아 있는 한 되씹어야 할 뼈저린 한탄이 길게 여운을 끈다.

이 작품에서는 변화무쌍한 서사()의 사이사이로 사랑의 기쁨, 외로움, 괴로움 등의 서정()이 섬광처럼 번쩍이며,

외길 사랑으로 탄식만 해야 하는 현종이 새로이 창조되어 인간으로서의 사랑의 비중을 역력히 상징한다.

노래의 형식도 칠언()이어서 유창하고 아름다운 가락이 감겨들며, 행마다 리듬이 박동하고 때로는 각운()을 바꾸어 가면서

장장 120행에 걸쳐 선율이 흐른다.

 

'동자해음장한곡()'이라는 말이 있듯 무수한 사람들이 이를 애창하였으며, 시가와 소설과 희곡으로 취급되어

중국 근세문학사상 무한한 제재를 제공하였다. 특히 《장한가전()》은 이 시의 내용을 이야기체로 바꾸어 보라는 백거이의 권유로

진홍()이 지은 전기()소설이며, 양귀비의 입궐에서부터, 그녀가 죽은 후 현종의 명을 받은 방사()가 그녀의 영혼을 만날

때까지를 《장한가》 그대로 답습하였다.   두백

 

 

장한가(長恨歌) 全文

 
(한황중색사경국)  한 황제 사랑 그리워함에 나라는 기울어가네
(어우다년구부득)  오랜 세월 세상을 살펴도 구할 수 없구려.
(양가유녀초장성)  양씨 가문에 갓 장성한 딸이 있었으나
(양재심규인미식)  깊숙한 규방에서 자라니 누구도 알지 못하나
(천생려질난자기)  타고난 아름다움 그대로 묻힐 리 없어
(일조선재군왕측)  하루아침 뽑혀 군왕 곁에 있도다.
(회모일소백미생)  눈웃음 한 번에 모든 애교가 나오니
(륙궁분대무안색)  육궁에 단장한 미녀들의 안색을 가렸다오.
(춘한사욕화청지)  봄 추위에 화청지에서 목욕함을 허락하여
(온천수골세응지)  매끄러운 온천물에 기름진 때를 씻으니
(시아부기교무력)  시녀들 부축하여 일어나니 아름다움에 당할 힘이 없도다.
(시시신승은택시)  그 때부터 황제 사랑 받기 시작하였네
(운빈화안김보요)  구름같은 귀밑머리, 꽃 같은 얼굴, 흔들거리는 금장식
 (부용장난도춘소)  부용휘장 안은 따뜻하여 봄 깊은 밤을 헤아리니
(춘소고단일고기)  짧은 밤을 한탄하며 해 높아서 일어나니
(종차군왕불조조)  이를 좇는 군왕은 이른 조회를 보지 않았고
(승환시연무한가)  총애로 연회에 매이니 한가할 틈 없어
(춘종춘유야전야)  봄을 좇는 춘정을 즐겨 온밤을 지새우니
(후궁가려삼천인)  빼어난 후궁에 미녀 삼천 있었지만
(삼천총애재일신)  삼천의 총애가 그녀에 있으니
(김옥장성교시야)  금 같은 방 단장하고 교태로 밤 시중들어
(옥루연파취화춘)  옥루 잔치 끝나면 춘정을 이루니
(자매제형개렬사)  자매와 형제 모두가 열사라.
(가련광채생문호)  예쁘게 여기 가문에 광채가 나니
(수령천하부모심)  이로 하여금 세상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
(부중생남중생녀)  아들보다 딸 낳기를 중히 여기도다.
(려궁고처입청운)  화청궁 높이 솟아 구름속에 들어 있고
(선낙풍표처처문)  신선의 풍악은 바람 타고 어디서나 들려오네
(완가만무응사죽)  느린 노래 오만한 춤이 비단결과 피리에 맺히니
(진일군왕간부족)  군왕은 종일 넋 잃고 보아도 부족하도다.

 

(어양고고동지내)  돌연 어양 쪽 땅을 울리는 악관의 북소리 들려오니
(경파예상우의곡)  예상우의곡에 깜짝 놀라도다.
(구중성궐연진생)  구중궁궐에 연기 먼지 솟아오르고
西 (천승만기서남항)  수천수만 관군들은 서남으로 가고
(취화요요항부지)  천자의 기 흔들리며 가다가 서곤 하며
西 (서출도문백여리)  도성문 서쪽 백여리 마외역에는 
(육군불발무나하)  육군을 보내지 못해 어찌 할 수 없어
(완전아미마전사)  미인의 긴 눈썹이 구부러지며 굴러 군마 앞에 죽었네
(화전위지무인수)  땅에 떨 군 꽃비녀 거두는 사람 없고
(취교김작옥소두)  취교, 금작, 옥소두 땅에 흩어졌네
(군왕엄면구부득)  군왕은 얼굴 가린 채 구하지 못하고
(회간혈루상화류)  차마 돌린 두 눈에 피눈물이 흐르네
(황애산만풍소삭)  누런 흙먼지 일고 바람 쓸쓸히 부는데
(운잔영우등검각)  구름 걸린 굽은 잔도 검각산을 오르네
(아미산하소인항)  아미산 아래에는 오가는 이도 드물어
(정기무광일색박)  천자 깃발 빛을 잃고 햇빛도 희미하네
(촉강수벽촉산청)  촉강 맑게 흐르고 촉산은 푸르건만
(성주조조모모정)  황제는 아침저녁 양귀비 생각에 잠겨
(행궁견월상심색)  행궁에서 보는 달에 마음 절로 상하고
(야우문령장단성)  밤비에 들리는 방울소리는 애간장 끊어지는 소리요
(천선지전회룡어)  천하 정세 변하여 황제 돌아오는 길에
(도차주저불능거)  마외역에 이르러는 걸음 뗄 수 없었네
(마외파하니토중)  말 높은 고래아래 진흙더미 속에는
(불견옥안공사처)  고운 얼굴 어디 가고 죽은 자리만 남아
(군신상고진첨의)  임금 신하 서로 보며 눈물 옷깃 적시네

 

 (동망도문신마귀)  동쪽 도성문 향해 말에 길을 맡겨 가니
(귀내지원개의구)  돌아와 본 황궁의 정원은 변함 없어
(태액부용미앙류)  태액지의 부용도 미양궁의 버들도
(부용여면류여미)  부용은 양귀비 얼굴 버들은 눈썹
(대차여하불누수)  이들을 대하고 어찌 아니 눈물 드리우리
(춘풍도리화개일)  봄바람에 복숭아며 살구꽃이 만발하고
(추우오동섭낙시)  가을비에 젖어 오동잎이 떨어져도
西 (서궁남내다추초)  서궁과 남원에 가을 풀 우거지고
滿 (낙엽만계홍불소)  낙엽이 섬돌을 덮어도 쓸지 않으니
(이원자제백발신)  이원의 자제들은 백발이 성성하고
(초방아감청아노)  양귀비 시중들던 시녀들도 늙었네
殿 (석전형비사초연)  반딧불 나는 저녁 궁궐 더욱 처량하여
(고등도진미성면)  등불 심지 다 타도록 외로이 잠 못 드니
(지지종고초장야)  더딘 종과 북소리에 밤이 길다는 것을 알았네
(경경성하욕서천)  은하수 반짝이며 새벽은 다가오고
(원앙와냉상화중)  원앙같이 금슬좋은 기와는 차고 서리꽃이 심해지나
共 (비취금한수여공)  함께 덮을 이 없는 싸늘한 비취금침
(유유생사별경년)  생사를 달리한 지 아득하니 몇 년인가
(혼백불증내입몽)  꿈속에 혼백마저 만나볼 수 없네
(임공도사홍도객)  임공의 도인이 도성에서 머무는데
(능이정성치혼백)  정성으로 혼백을 불러올 수 있다하니
(위감군왕전전사)  양귀비 그려 잠 못 드는 군왕을 위해
(수교방사은근멱)  방사시켜 양귀비 혼백 찾게 하였네
(배공어기분여전)  허공을 가르고 번개처럼 내달아
(승천입지구지편)  하늘 끝에서 땅 속까지 두루 찾아
(상궁벽낙하황천)  위로는 벽락 아래로는 황천까지
(량처망망개불견)  두 곳 모두 망망할 뿐 찾을 길이 없는데

 

(홀문해상유선산)  홀연 들리는 소문 "바다 위에 선산 있어
(산재허무표묘간)  그 산은 아득한 허공 먼 곳에 있고,
(누각령롱오운기)  누각은 영롱하고 오색 구름이 일어
(기중작약다선자)  그 곳에 아름다운 선녀들이 사는데,
(중유일인자옥진)  그 중 옥진이라 하는 선녀 하나 있으니
(설부화모삼차시)  눈같은 피부와 고운 얼굴 그인 것 같다"하네
西 (금궐서상고옥경)  황금 대궐 서쪽 방의 옥문을 두드리고
(전교소옥보쌍성)  소옥시켜 쌍성에게 알리도록 말 전하니
使 (문도한가천자사)  한황제의 사자가 왔다는 말 전해 듣고
(구화장리몽혼경)  꿈에 깨어 놀라는 화려한 장막 안의 혼백
(람의추침기배회)  옷을 들고 베개 밀고 일어나 서성이더니
(주박은병이리개)  길게 이어진 구슬발과 은병풍 열리니
(운계반편신수각)  구름 같은 머리 한쪽으로 드리우고 막 잠에 깬 듯 
(화관부정하당내)  머리장식 안 고친 채 당에서 내려오네.
(풍취선몌표표거)  바람 부는 대로 소맷자락 나부끼니
(유사예상우의무)  예상우의무를 추던 그 모습인 듯
(옥용적막누난간)  옥 같은 얼굴 수심 젖어 눈물이 난간에 흐르니
(이화일지춘대우)  활짝 핀 배꽃 한 가지 봄비에 젖은 듯 하구나
(함정응제사군왕)  정어린 눈길 돌려 군왕에게 사뢰니
(일별음용량묘망)  헤어진 뒤 옥음, 용안 듣고 뵙지 못하여
殿 (소양전리은애절)  소양전에서 받던 은총도 끊어지고
(봉래궁중일월장)  봉래궁에서 보낸 세월이 오래건만
(회두하망인환처)  머리 돌려 저 아래 인간세상 보아도
(불견장안견진무)  장안은 보이지 않고 짙은 안개와 먼지 뿐
(유장구물표심정)  장차오래 지닐 물건으로 깊은 정을 표하려니 
(전합금채기장거)  자개 상자와 금비녀를 가지고 가라하네
(채류일고합일선)  비녀는 반 쪽씩 상자는 한 쪽씩
(채벽황금합분전)  황금 비녀 토막내고 자개 상자 나눴으니
(단교심사금전견)  두 마음 이처럼 굳고 변치 않는다면
(천상인간회상견)  천상에든 세상에든 다시 보게 되리라네
(임별은근중기사)  헤어질 즈음 간곡히 다시 하는 말이
(사중유서량심지)  두 마음 만이 아는 맹세의 말 있었으니
殿 (칠월칠일장생전)  칠월 칠일 장생전에
(야반무인사어시)  인적 없는 깊은 밤 속삭이던 말
(재천원작비익조)  하늘을 나는 새가 되면 비익조가 되고
(재지원위연리지)  땅에 나무로 나면 연리지가 되자고
(천장지구유시진)  천지 영원하다 해도 다할 때가 있겠지만
綿綿 (차한면면무절기)  이 슬픈 사랑의 한 끊일 때가 없으리

 

 

* 장한가에 나오는 고사성어 '경국지색' '비익조와 연리지' '천장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