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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八景詩) 팔영(八詠) / 서거정

yellowday 2015. 12. 3. 06:52

팔경시

 

팔영() / 서거정의 시

주흘의 영사[] 험한 산은

하늘 끝에 닿았고,

깎아지른 벼랑은 구름 속에 들어 있다.

만물을 윤택하게 함에는 비록 그 자취 없으나,

구름을 일으킴에는 공이 있다.

곶갑의 사다릿길[]

구불 기는 양의 창자 같은 길에,

구불구불 새 다니는 길 같은 것 기이하기도 하다.

봉우리 하나하나 모두 빼어나니,

그런 대로 말 가는 길이 더디구나.

창 밖의 오동나무[]

솔솔 부는 바람이 잎사귀를 흔드는데,

이즈러진 달이 성긴 가지에 걸렸구나.

갑자기 내리는 한밤중 비에,

고향 생각을 어이하리.

뜰 앞의 버드나무[]

영남에 그 많은 나그네가 꺾어 보내어

이제는 남은 것이 없으련만,

의연히 봄바람에 떨쳐지니

긴 가지는 짐짓 여전하구나.

푸른 벽에 빨간 단풍[]

빨간 잎이 푸른 벽을 장식하니,

강산이 아주 딴판이로구나.

내가 온 때가 마침 늦은 가을,

이렇듯 좋은 경치 본 적이 없네.

그늘진 벼랑에 흰 눈[]

겨울 깊어서는 얼음이 골짜기에 가득하고,

봄이 반 되면 물이 시내에 생긴다.

자연의 모습은 때에 따라 달라지는데,

인정은 늙어가며 어지러워진다.

오정의 종루[] 나그네 길

시름으로 잠 못 이루는데,

외로운 베갯머리엔 달빛만 비쳐온다.

어디가 한산()의 절이냐.

 드문드문 울리는 종소리 한밤중에 들려온다.

용담 폭포[] 옥 같은 무지개

높다랗게 드리웠는데,

휜 눈은 산뜻한 맑음을 뿌려 준다.

날고 자맥질하는 술법을 묻지 말고,

변화의 신통을 알아야 하리.

 

 

 

서거정(徐居正) : 본관 대구(), 자 강중(), 호 사가정(), 시호 문충()이다.

1444년(세종 26) 식년문과에 급제, 사재감직장()을 지냈다.

1451년(문종 1) 사가독서() 후 집현전박사(殿) 등을 거쳐 1456년(세조 2) 문과중시()에 급제,

1457년 문신정시()에 장원, 공조참의 등을 역임했다.

1460년 이조참의 때 사은사(使)로 명나라에 다녀와서 대사헌에 올랐으며, 1464년 조선시대 최초로 양관 대제학()이

되었다. 1466년 다시 발영시()에 장원한 후 육조()의 판서를 두루 지내고 1470년(성종 1) 좌찬성()에 이르렀으며

이듬해 좌리공신()이 되고 달성군()에 책봉되었다.

45년간 여섯 왕을 섬겼다. 문장과 글씨에 능하여 《경국대전()》 《동국통감()》 《동국여지승람(輿)》

편찬에 참여했으며, 또 왕명을 받고 《향약집성방()》을 국역()했다. 성리학()을 비롯, 천문·지리·의약 등에

정통했다.   (두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