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10 03:00
'사도', 세대 갈등 代물림 한국에 답답
'인턴', 직장 생활의 고달픔 위로해줘
10월 첫 주말엔 화제작 '사도'를 누르고 관객 수 1위를 기록했다.
'인턴'은 기업 부사장까지 지내다가 은퇴한 70세 남성 벤이 30세 여성 CEO 줄스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 회사에 '시니어 인턴'으로 입사하며 생기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원래 노인들과 잘 지내지 못하던 줄스는 정부 시책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채용한 벤에게 점차 마음을 열고 그의 지혜와 연륜을 빌리게 된다.
두 주연배우의 '이름값' 덕을 보긴 했지만 뜨거운 로맨스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찔함도 없다. 영화는 시종일관 잔잔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예상을 크게 뛰어넘지 않는다.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처럼 비친 탓에 평론가들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개봉 열흘 조금 넘어 150만 관객이 들고 '사도'까지 꺾다니 의외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영화는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호응을 얻었다. CGV리서치센터가 개봉일부터 지난 6일까지 든 관객을 분석한 자료를 살펴보면 여성이 61.59%, 남성이 38.41%로 여성이 우세하다. 연령별 자료에서는 20대가 전체의 47.6%로 1위, 30대가 26.7%로 2위다. CGV 관계자는 "20~30대 여성들이 주 관람객"이라고 밝혔다. 이 영화의 흥행 이유는 "'사도' 보며 쌓인 스트레스, '인턴' 보며 풀었다"는 말로 대변된다. 아버지와 아들 간 비극을 그린 '사도'를 보면서 세대 간 갈등이 대물림되고 있는 한국 사회 현실이 떠올라 갑갑했는데, 세대 갈등의 해법을 제시하는 '인턴'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는 이야기다.
'사도'의 영조는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너는 왜 공부를 안 하니"라고 아들에게 일갈하지만, '인턴'의 벤은 줄스가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을 잡지 못해 눈물 흘릴 때 조용히 손수건을 건네주며 그녀의 말을 경청한다. 영화를 봤다는 김모(25·회사원)씨는 "회사에서 나이 어린 여자라고 무시하는 '개저씨(추태 부리는 중년 남성을 가리키는 속어)' 상사에게 시달리다가 영화 속 나이 든 인턴이 건네는 손수건에서 직장 생활의 고달픔을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선주(35·회사원)씨는 "장유유서(長幼有序)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영화와 같은 상황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직장인 포르노(직장인들이 쾌감을 느끼는 스토리)'쯤으로 여기고 재미있게 봤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의 분석은 이렇다. "우리가 꿈꾸는 실버 세대의 이미지가 영화 속 벤에게 투영돼 있다. 영화 속 벤은 '내가 젊었을 땐 이랬어'라고 강조하는 '국제시장'의 아버지가 아니라 입은 닫고 귀는 열어두는 '워너비 노인상'을 보여준다."
영화는 젊은 세대를 넘어 중·장년층 관객들도 끌어들이고 있다. 딸이 추천해서 영화를 봤다는 홍재경(61·주부)씨는 "오랜 세월 반듯하게 살아온 노인이 푸대접받지 않고 인생의 멘토가 되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약간 상투적이긴 하지만 세대 간의 소통과 위로가 따뜻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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