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22 10:43 | 수정 : 2015.10.22 14:20
22일 아침 신문들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 소식을 전하며 북한 미녀 접대원 양윤미(18)씨 등의 사진을 빠짐 없이 실었습니다.
남남북녀(南男北女)라는 말대로 젊고 예쁜 북한 여성들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을 겁니다.
저는 북한 미녀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지난 2003년 8월 세계학생스포츠대회인 유니버시아드가 대구·경북 지역에서 개최됐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북한 선수단과 함께 미녀 응원단이 오는 바람에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흰 피부에 반듯한 이목구비, 가냘픈 몸매와 날렵한 움직임의 그들은 흠 잡을 데 없는 미녀들이었습니다.
문제의 사건은 예천에서 터졌습니다. 미녀 응원단을 환영하는 플래카드에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악수하는 사진이 박혀 있었습니다. 미녀 응원단은 갑자기 타고 가던 버스에서 뛰어내렸습니다. 이 플래카드가 전날부터 내린 비에 젖은 것을 발견한 겁니다. 나무 위에 걸린 플래카드를 떼어낸 그들은 “장군님 사진에 어떻게 비를 맞히느냐”며 눈물을 펑펑 흘렸죠. 이 장면은 언론에 크게 보도된 바 있습니다.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관이 저와 전화 연결이 됐었습니다. 그의 첫 마디는 “이 사람들 미녀 응원단이 아니에요. 고도로 훈련된 특수요원들입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보느냐’고 제가 물었죠. 그는 “순식간에 3명씩 두 조(組)를 만들더라고요. 두 사람이 손깍지를 끼니까 다른 한 사람은 이걸 밟고 나무 위로 후다닥 뛰어올라갔어요. 그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플래카드를 떼냈잖아요. 이게 평범한 20대 초반 아가씨들입니까”라고 하더군요.
12년도 더 지난 일입니다. 그동안 북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친지김동(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은 사망하고 그의 아들 김정은이 자리를 물려받았지요. 김정은은 할아버지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겉모습과 목소리를 흉내내며 ‘젊은 수령’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건성건성 한다’는 이유로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해 버리고 자신의 친위 세력인 인민군 장성들 ‘별’을 마음대로 뗐다, 붙 였다 하며 ‘철권(鐵拳) 통치’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김정은이 지난 8월 지뢰 테러, 포격 테러를 잇따라 저지른 뒤 느닷 없이 남북 고위급 접촉을 요청해 이뤄진 겁니다. 금강산 상봉장에 나타난 북한 미녀 사진을 보며 “북한은 제대로 변화하고 있는 걸까. 우리는 북한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 걸까”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건 저뿐일까요.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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