釜山 * Korea

부산 가덕도 등대 - 오얏꽃 문양에 새겨진 100년의 역사,

yellowday 2015. 10. 5. 17:03

입력 : 2015.10.05 07:00


	나란히 선 가덕도 옛 등대와 새 등대. 왼쪽 단층 건물이 옛 등대이다
나란히 선 가덕도 옛 등대와 새 등대. 왼쪽 단층 건물이 옛 등대이다

위치 : 부산광역시 강서구 가덕해안로

부산 최남단에 자리한 가덕도. 이 섬 끝자락에는 무려 100여 년 전부터 불을 밝혀온 가덕도등대가 있다. 1909년 12월 처음

점등한 가덕도등대는 2002년 새 등대가 세워질 때까지 인근 해역을 오가는 선박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었다.


	가덕도등대 가는 길에 지나가는 대항마을 전경
가덕도등대 가는 길에 지나가는 대항마을 전경

가덕도는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어 교통이 편리하다. 게다가 부산과 거제도 양쪽 지역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부산에서 출발하면

가덕대교와 눌차대교를 지나며, 거제도에서는 거가대교를 건넌 뒤 가 해저터널을 거쳐 들어온다. 이후 천성·대항 방면 도로를 따라

섬 남단으로 내려가는 동안 대항마을과 외양포마을을 차례로 지난다.


	등대 인근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들
등대 인근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들

외양포마을에서 남쪽 끝으로 이어진 외길을 따라 10여 분 가면 길 끝 해안 절벽에 가덕도등대가 있다. 좁고 가파른 길이니

운전에 주의해야 한다. 출입 시 방문자마다 신분증을 확인하므로 반드시 챙기자.


	가덕도 옛 등대와 새 등대가 나란히 서 있다. 왼쪽 단층 건물이 100년이 넘은 옛 등대이다
가덕도 옛 등대와 새 등대가 나란히 서 있다. 왼쪽 단층 건물이 100년이 넘은 옛 등대이다

출입 제한 지역이라는 무게 때문인지 철망 문을 넘어 등대까지 가는 수백 m가 무척 멀게 느껴진다. 등대가 섬 끝에 자리하기도

했지만, 산 넘고 바다 건너 머나먼 곳까지 찾아든 기분이다. 그래서일까. 등대와 첫 만남은 감격스럽다. 사방이 푸른 바다로

둘러싸인 가운데 새하얗게 빛나는 등대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다.


	가덕도 옛 등대 건물 안에 부엌과 욕실, 침실이 잘 갖춰져 있다
가덕도 옛 등대 건물 안에 부엌과 욕실, 침실이 잘 갖춰져 있다

가덕도등대는 100년이 넘는 역사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다. 우아한 외관과 내부 구조가 고스란히 남은 데다,

한국과 일본, 서구식 건축양식이 혼합돼 건축학적인 가치가 높다. 정사각형 단층 구조에 약 9m 높이 팔각형 등탑을 세워 불을

밝혔다. 내부에 사무실과 침실, 부엌과 욕실을 갖춰 사람이 거주하도록 만든 점이 특징이다.


	등대입구 지붕에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오얏꽃 문양이 보인다
등대입구 지붕에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오얏꽃 문양이 보인다

가덕도등대가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등대 입구에 장식된 오얏꽃 문양 때문이다.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오얏꽃 문양 안에 국가의 자주권을 염원한 망국의 회한이 담긴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진다. 가덕도등대는 2002년

새 등대에게 역할을 물려주었으며, 이듬해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 50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등대 건물 바로 아래 체험 숙소와 등대기념관을 운영하는 100주년 기념관이 자리한다 / 가덕도등대 100주년 기념관 안에 전시된 유물들
등대 건물 바로 아래 체험 숙소와 등대기념관을 운영하는 100주년 기념관이 자리한다 / 가덕도등대 100주년 기념관 안에 전시된 유물들

등대 아래쪽에는 100주년 기념관이 자리한다. 이곳에 등대 숙박 체험 숙소와 등대기념관이 있다. 가덕도등대 숙박 체험은 부

산지방해양수산청 홈페이지에서 신청한다. 숙박 전월 1일부터 8일 사이에 예약할 수 있으며 20일 경 이용자를 선정해 통보한다.

매주 금·토요일 무료 숙박이 가능하다. 100여 년 전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가덕도등대에서 하룻밤 묵는 것도 의미 있는 추억이 된다.


	과거 역사 속에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외양포 마을
과거 역사 속에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외양포 마을

등대를 뒤로 외길을 나오면 다시 외양포마을에 닿는다. 원래 대항(大項) 바깥쪽에 있는 잘록한 포구라는 뜻으로

외항포(外項浦)라 불렸지만, 현재 외양포(外洋浦)가 공식 지명으로 사용된다.


	엄혹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탄약고
엄혹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탄약고

외양포마을은 러일전쟁 시기, 일본군 제4사단 휘하 진해만 요새 사령부가 주둔했던 곳이다. 탄약고와 포진지, 벙커 등 아픈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마을 뒤편 산길을 조금 오르면 포 자리와 탄약고, 대피소 건물이 모인 일본군 군사시설을 볼 수 있다.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곳은 시간이 멈춘 것 같다. 일본군의 침략 야욕과 강제 노역에 동원된 사람들의 고통 어린 외침이

건물 구석구석에 스민 듯, 불어오는 바람마저 스산한 느낌이다. 세상 모든 것이 변했지만 외양포마을은 아직 그 시기에 사는 양 보인다.


	무성하게 자라난 풀숲에 숨은 일본군 포진지
무성하게 자라난 풀숲에 숨은 일본군 포진지

당시 일본군은 이곳에 포대 진지를 구축하면서 주민을 모두 쫓아내고 마을 전체를 군사기지로 만들었다.

현재 마을에 남은 건물은 그때 세운 적산 가옥(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소유한 건물이나 재산)이다. 해방되고 고향에 돌아온

사람들이 헌병 막사며 장교 사택, 무기고 등을 수리해 지금껏 살아간다.


	이리저리 깍이고 헐벗은 모습이 상처 입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보는 듯 하다
이리저리 깍이고 헐벗은 모습이 상처 입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보는 듯 하다

안타깝게도 외양포마을은 부지 전체가 해군 소유로, 주민이 집을 고치거나 새로 지을 수 없다. 적산 가옥이 원형 그대로

남은 건 불편함을 감수하고 오랜 세월 고향을 지켜온 이들 덕분이다. 사람들이 모두 떠났다면 마을은 폐허가 되고,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흔적도 세월의 뒤안길에 묻히지 않았을까. 돌아서는 발걸음이 왠지 모르게 묵직하다.


	거북섬과 관련한 재미난 이야기들이 적힌 해안가 벽면
거북섬과 관련한 재미난 이야기들이 적힌 해안가 벽면

남은 여정을 부산에서 마무리한다면 송도해수욕장에 꼭 들러보자. 지난 6월 송도해수욕장에 길이 104m, 폭 2.3m 구름 산책로가

개장해 눈길을 끈다. 동쪽 해변에 자리한 거북섬을 거점 삼아 설치된 구름산책로는 높이가 5.5~8m에 달해 바다 위를 산책하는

짜릿함을 누릴 수 있다. 인접한 도로에서 거북섬까지 일반 다리이고, 거북섬에서 바다 쪽으로 구름산책로가 조성되었다.


	거북섬에 설치된 조형물과 쉼터. 알껍질 안에 앉아 쉴 수 있다
거북섬에 설치된 조형물과 쉼터. 알껍질 안에 앉아 쉴 수 있다

재밌게도 이 섬의 원래 이름이 송도였다고 한다. 예전에 섬에 소나무가 자라 송도(松島)라 불렸는데, 소나무를 모두 육지로

옮기면서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바위섬이 되었다고. 그 뒤 주변 지역은 ‘송도’로, 정작 이름의 원래 주인이던 섬은 생김새가

거북과 닮았다고 ‘거북섬’이라 불렀다. 섬에서 해변 전경이 한눈에 잡힌다.


	망원경을 이용하면 남항대교와 영도가 가깝게 보인다
망원경을 이용하면 남항대교와 영도가 가깝게 보인다

거북섬을 거쳐 구름산책로에 발을 내디디면 기분마저 새롭다. 전망대까지 걷는 동안 시원한 바닷바람이 가슴속 구석구석 상쾌함을

전해준다. 바다 위 선박과 영도까지 길게 뻗은 남항대교 풍경에 마음이 탁 트인다. 구름산책로 바닥은 중간중간 강화유리와

철망 구조 매직 그레이팅으로 마감했다. 덕분에 발 아래로 바닷물이 출렁이며 파도치는 광경이 생생히 전해진다.


	송도 구름산책로를 걷는 사람들
송도 구름산책로를 걷는 사람들

송도해수욕장 구름산책로는 벌써 입소문을 타고 끊임없이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새하얀 외관과 시원하게 펼쳐진 전경 덕분에 이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급부상하고 있다.  w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