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 '묵향'
휑하게만 느껴졌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이 소담한 화폭이 되었다. 무용수 27명은 하나의 붓이 되어 네 폭 병풍을 그려나갔다. 무대는 점점이 피어나는 샛노란
국화밭이었다가, 서서히 번져가는 연초록 대숲이 됐다. 춤을 보다가 움직이는 그림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황홀. 대중과 통(通)하는 한국무용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다.
국립무용단의 '묵향'(안무 윤성주·연출 정구호)은 디자이너 정구호를 빼고는 말하기 어렵다. 지난달 제일모직을 떠나 전방위 아트디렉터로 나선 그는
춤으로 빚어내는 미니멀리즘을 서서히 정련(精練)해왔다. 옷이 아니라 무대를 디자인하는 그의 손길은 안무가 안성수와 함께한 국립발레단의 '포이즈',
국립무용단의 '단(壇)'을 거쳐 '묵향'에서 가장 은은하게 우러난 선(線)과 색조를 뽑아냈다.
- 국립무용단 제공
한복의 격식과 무게는 무용수에게 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구호가 디자인한 한복은 서양 발레의 튀튀보다 가볍게 너울댔다. 그 치마폭 아래 안무가
상대적으로 묻혀 보인 것은 앞으로도 정구호를 선택하는 안무가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무용은 보는 이들만 보는 전통춤이 아니다. 적어도 '묵향'은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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