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文史 展示室

뉴요커 줄 세운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yellowday 2013. 12. 11. 07:10

 

입력 : 2013.12.11 03:02

-뉴욕 '프릭 컬렉션' 가보니
평소 10點 걸리던 방 독차지… 사전 예약에 20분 단위 입장
비싼 관람료에도 11만명 돌파 "영화·소설로 유명해진 덕 봐"
이 소녀, 베르메르 딸?

그림은 제단 위의 성화(聖畵)처럼 경건하게 걸려 있었다. 지난 6일(현지 시각) 오후 7시 뉴욕 맨해튼 동쪽 70가(街) 1번지 프릭 컬렉션(The Frick Collection) 중앙 전시실 오벌 룸(Oval Room).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Vermeer·1632~ 1675)의 대표작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1665년경)를 관람객들이 경배하듯 올려다봤다. 터번을 쓰고, 입을 살짝 벌린 채 신비스러운 눈길로 화면 밖을 보고 있는 소녀. 모델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프릭 컬렉션은 평소 그림 10점이 걸려 있었던 이 방을 '북구(北歐)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이 그림 한 점을 위해 내줬다. 중앙홀 왼쪽 상설 전시실에는 '장교와 웃는 소녀' '여주인과 하녀' '연주를 중단한 소녀' 등 프릭 컬렉션 소장 베르메르 그림 세 점이 나란히 걸렸다.


	뉴욕 프릭 컬렉션에서 열리고 있는‘베르메르, 렘브란트, 그리고 할스:마우리츠하위스에서 온 네덜란드 명화들’전에서 관람객들이 베르메르의 대표작‘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감상하고 있다.
뉴욕 프릭 컬렉션에서 열리고 있는‘베르메르, 렘브란트, 그리고 할스:마우리츠하위스에서 온 네덜란드 명화들’전에서 관람객들이 베르메르의 대표작‘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감상하고 있다. /ⓒChristine A. Butler(아래 사진), 프릭 컬렉션 제공(위 사진)
네덜란드 마우리츠하위스 왕립미술관 소장품인 이 그림은 미술관 리노베이션으로 전 세계를 투어 중이다. 지난해 도쿄에서 전시했고 이후 고베, 애틀랜타,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뉴욕 프릭 컬렉션에 왔다. 이 그림이 뉴욕에 온 것은 1984년 이후 처음이다.

프릭 컬렉션은 렘브란트, 엘 그레코, 고야 등 유럽 옛 거장들의 작품 1100여점을 소장하고 있는 뉴욕의 대표적인 미술관 중 하나. 1935년 펜실베이니아 출신 실업가 헨리 프릭(1849~1919)의 저택에 그의 소장품을 기반으로 세워졌다. 이 미술관은 지난 10월 22일부터 특별전 '베르메르, 렘브란트, 그리고 할스: 마우리츠하위스에서 온 네덜란드 명화들'을 열고 있다.

사전 예약 관람제를 도입, 20분 단위로 관람객을 입장시키고 입장료도 25달러(온라인 기준·약 2만6000원)지만 관객 호응은 폭발적이다. 하이디 로제노 프릭 컬렉션 홍보·마케팅 부장은 "8일까지 11만1000장의 티켓이 팔렸다. 추수감사절 휴일인 지난달 29일엔 유료 관람객 3300명이 입장했다"며 "내년 1월 19일 전시 폐막 때까지 19만명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관 이래 최고 인기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방문한 6일(금요일) 저녁은 폐관 시간을 6시에서 9시로 연장, 6~9시 사이엔 기부금을 내는 회원들만 입장시키는 '멤버스 온리 이브닝'. 데이빗 페레즈(80·의사 겸 작가)씨는 전시 성공 요인으로 '이야기의 힘'을 꼽았다. 그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는 아름다운 그림이지만 프릭 컬렉션의 다른 소장품에 비해 특별히 뛰어나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소설, 스칼렛 요한슨 주연 영화로 널리 알려졌다. 게다가 함께 전시되고 있는 파브리티우스의 '골드핀치'도 최근 그를 소재로 한 소설이 출간되면서 이 전시가 더 관심을 모으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요하네스 베르메르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1632~1675)는, 도자기로 유명한 델프트(Delft) 출신이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색채, 연극의 한 장면 같은 극적인 구도와 정교한 표현법이 작품의 특징. 40대에 요절했고, 사후(死後) 오랫동안 잊혀 있다가 19세기 중반 프랑스 미술 비평가 테오필 토레에 의해 재발견됐다. 생애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베르메르는 과작(寡作)이었다. 지금까지 그의 작품으로 판명된 그림이 고작 36점이다.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는 그중 대표작. 배경이 검은색으로 표현됨으로써, 관객의 상상을 자극해 많은 문학작품의 모티프가 됐다. 그림의 모델이 화가의 큰딸이라는 설도 있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진주(眞珠)’는 베르메르 작품 8점에 등장한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