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文史 展示室

'손자가 무서워' 한글 배운 칠순 할머니

yellowday 2013. 9. 11. 20:13

 

입력 : 2013.09.11 19:53


	'손자가 무서워' 한글 배운 칠순 할머니
칠순이 넘는 고령의 나이에 뒤늦게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가 전국 시화전에 한글작품을 출품해 장관상을 수상했다.
11일 여수시에 따르면 여수시 화양면 강춘자(72·여)씨는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교육가 주최의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자작시화 '무서운 손자'라는 시를 낭송해 최우수상인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강씨는 한글을 몰라 동화책을 든 손주 곁에 갈 수 없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표현해 참석자들의 귀감을 얻었다.

'무서운 손자' 제목의 시는 어릴적 옛날 이야기를 들려 주던 할머니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책을 들고 와서 읽어달라는 손주를 글을 몰라 피할 수밖에 없었던

처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말로 하는 이야기라면 뭐든지, 손으로 하는 음식이라면 해달라는데로 다 해줄 수 있지만 책만은 읽어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담겼으며, 당장 달려가 보듬고 싶어도 손에 들린 동화책이 무서워 부엌밖을 나가지 못한다는 구절로 마무리 된다.
마을 이장님의 권유로 올해 마을경로당에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강씨는 초등학교 1~2학년을 과정을 공부하고 있으며 칠순의 나이에 '만학의 꿈'을 이루고 있다.

강춘자 할머니는 수상소감에서 "한글을 배우지 못한 것이 인생이 한이 됐다"며 "그 한을 풀게 해 준 최순길 선생님과 여수시 직원들에게 감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늦깎이 어르신들의 문해교육 참여성과를 격려하고 문해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리고자 하는 전국단위 대회에서 지역 어르신이

최우수상을 받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지역 어르신들의 문화의식 함양과 문예활동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한 강춘자 할머니의 시는 다음과 같다.

'무서운 손자'

어릴 적 할머니 다리에 누워

옛날 얘기를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는데
우리 손주는 책을 가져와

읽어달라고 하니 무서워 죽겠다


말로 하는 이야기라면 손으로 하는 음식이라면

손주놈이 해 달라는 대로 해줄 수 있으련만
달려가 보듬어 안고파도

손주놈 손에 들린 동화책이 무서워 부엌에서 나가질 못 한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