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文史 展示室

"日本 글자 가타카나는 新羅서 유래" 日학자가 새 증거 제시

yellowday 2013. 9. 3. 06:29

입력 : 2013.09.03 03:20 | 수정 : 2013.09.03 05:11

히로시마大 고바야시 교수
"서기 740년 신라에서 전해진 東大寺의 대방광불화엄경에서
각필 문자 360개 확인… 가타카나와 유사성 엿보여"


	신라‘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의 한자 옆에 적힌 각필 문자. 오른쪽이 판독기를 사용해 복원한 것이다. 각필문자는 한자 옆에 발음법 표기로 사용한 사례가 많으며 한자를 축약한 형태로‘가타카나’와 유사성이 있다고 고바야시 교수는 밝혔다.
신라‘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의 한자 옆에 적힌 각필 문자. 오른쪽이 판독기를 사용해 복원한 것이다. 각필문자는 한자 옆에 발음법 표기로 사용한 사례가 많으며 한자를 축약한 형태로‘가타카나’와 유사성이 있다고 고바야시 교수는 밝혔다. /NHK 촬영
일본어 표기에 사용되는 소리글자인 '가타카나'가 신라에서 유래했다는 설을 뒷받침할 새로운 '각필(角筆) 문자'가 발견됐다. 지금까지 나온 자료 중 신라와의 연관성이 가장 높아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히로시마(廣島)대학 고바야시 요시노리(小林芳規) 명예교수는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져 일본으로 전해진 불경의 일부에서 가타카나의 기원으로 보이는 각필 문자를 발견했다고 NHK가 2일 보도했다. 각필 문자는 상아나 대나무의 한쪽 끝을 뾰족하게 만든 젓가락 모양의 전통 필기구인 각필로 새긴 글씨를 말한다. 각필은 한국·일본·중국의 고문서에서 발견되고 있다. 주로 한자를 읽기 쉽게 하기 위해 한자 옆에 발음법을 표기하는 데 사용했다. 각필은 육안으로는 판독이 쉽지 않아 암실(暗室)에서 특수 조명장치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고바야시 교수는 일본에서 최초로 각필 문헌을 찾아낸 권위자로, 일본 학자 최고의 영예인 은사상(恩賜賞)과 일본학사원상(日本學士院賞) 등을 수상했다.

고바야시 교수는 서기 740년 신라에서 만들어져 일본에 전해진 후 나라(奈良)의 도다이지(東大寺)가 보관 중인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을 조사한 결과, 검은 묵으로 쓴 글씨 옆에 새겨진 각필 문자 360개를 확인했다. 이 각필 문자는 한자를 축약한 모양으로 가타카나와 유사했다.

현재 일본 주류 학계는 가타카나가 서기 800년 이후 한자의 일부 획수를 줄여 일본이 독자적으로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고바야시 교수는 NHK 인터뷰에서 "대방광불화엄경의 각필 문자는 가타카나와 유사성이 엿보인다"면서 "한자를 축약해 만든 가타카나의 근원이 한반도였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고바야시 교수는 지난 2000년과 2002년에도 '판비량론(判比量論)' 필사본 등의 각필 문자를 통해 가타카나의 신라 기원설을 발표했었다. '판비량론'은 671년 신라 승려 원효(元曉)가 쓴 책으로, 740년 전후의 필사본이 현재 일본에 보관돼 있다.

고바야시 교수와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 정재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국어학)는 "판비량론 필사본에도 각필이 있지만, 많이 훼손돼 이를 부정하는 일본 학자가 많았다"면서 "이번 각필 문서는 비교적 뚜렷하게 남아 있어 가타카나의 신라 유래설을 입증하는 자료로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8세기 신라인들이 일본에서 '화엄경'을 강론할 때 한문을 읽기 위해 한자를 간략하게 표기한 모양의 각필 문자를 썼고, 이것이 일본 문자 발달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각필 문자는 일본에서 1961년 처음 발견됐다. 당시만 해도 일본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중국과 한국 등에서도 각필 문자가 새겨진 고문서가 잇따라 발견됐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