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프먼 형제 '이성의 잠'展
#1. 굶주린 남극의 펭귄 떼가 북극으로 진출했다. 펭귄 떼가 훑고 지나간 자리, 온몸이 갈가리 찢긴 북극곰과 고래가 피투성이가 돼 나동그라진다.
순백의 얼음은 시뻘건 피로 뒤덮였다. 질서정연한 펭귄 떼는 나치, 혹은 적(敵)그리스도의 상징이다.
#2. 팔, 다리, 머리가 잘린 시체 수천 구가 바닥에 쌓였다. 무장한 군인들이 무고한 생명을 마구잡이로 공격한다. 이 처참한 살육의 현장을 지켜보며
한 사내가 무심하게 피카소풍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다. 아돌프 히틀러.
- 굶주린 남극의 펭귄들이 북극으로 진격했다. 닥치는 대로 북극곰과 고래를 먹어치워 순백의 얼음이 붉은 피로 물들었다. 채프먼 형제의 2010년 작 설치작품‘Unhappy Feet’(부분). /ⓒ Jake and Dinos Chapman
영국 작가 제이크 채프먼(47)·디노스 채프먼(51) 형제는 가로·세로 130~170㎝짜리 유리 진열장 안에 플라스틱과 유리섬유 미니어처로 무자비한 '생지옥'을 만들었다.
전체주의의 산물인 끔찍한 학살의 이미지가 '채프먼 형제'의 특기다. 인간의 잔혹한 본성에 관심이 많았던 스페인 화가 고야(1746~1828)가 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 아름다움보다 '충격'에 초점을 맞추는 미술은 데이미언 허스트를 비롯한 yBa(young British artists) 작가들의 공통점.
12월 7일까지 서울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 '이성의 잠(The Sleep of Reason)'을 여는 채프먼 형제는 "세상을 미화하고 긍정적으로
그려내는 예술은 거짓말이다. 세상이란 원래 혼돈, 회의(懷疑), 파괴의 총합이다. 세상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키는 우리의 예술이야말로 이 세계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냉소했다.
모두 45점이 소개된 이번 전시에는 창고에서 곰팡내 풍기며 잊히고 있던 빅토리아 시대 초상화를 끄집어내 얼굴을 뭉개버린 신작 5점도 나온다.
1999년 처음 발표돼 이들을 일약 스타로 만들었던 '지옥' 작품에 비해서는 밀도가 떨어진다. (02)344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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