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8.22 03:03
- 샤르트르 대성당. 12세기경.
대성당의 오른쪽 문 위에는 권좌에 앉은 성모 마리아가 조각되어 있고, 피타고라스는 이를 둘러싼 틀의 제일 하단에서 책상을 무릎에 얹고 앉아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다. 그 바로 위에는 망치로 철금(鐵琴)을 두드리는 여인이 앉아있는데, 이는 음악의 상징이다. 피타고라스는 음악의 권위자로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 틀에는 피타고라스 이외에도 문법·논리학·수사학·산수·기하학·천문학 등 일곱 가지 '자유학과(liberal arts)'의 상징과 각 학과의 권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다. 고대 그리스로부터 유래한 이 과목들은 덕이 있고 지적이며 소통할 줄 아는 '자유민'을 키우기 위한 필수 교과목이었다. 따라서, 이들은 자유가 없는 만큼 책임도 없는 노예에게는 허락되지 않았고, 오직 정치에 참여하고 국방을 책임지는 시민을 위한 학문이었다.
자유학과는 오늘날 대학의 교양 교육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왜 그 중심에 성모 마리아가 있을까. 이는 중세 신학에서 추구하는 완벽한 영혼을 가진 인간이자, 인간에게 허락된 모든 지혜를 한 몸에 포괄한 성인(聖人)이 바로 성모 마리아이기 때문이다. 자녀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건, 흔히 말하듯 '엄마의 정보력'이 아니라, '엄마의 자유학'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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