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美術산책

[109] 고단한 人生의 시작과 끝

yellowday 2013. 8. 30. 19:05

 

입력 : 2013.08.30 03:02

사실주의 회화의 선구자였던 구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1819~1877)는 '천사를 보여주면, 그려주겠다'는 말로 유명하다.

신화나 문학에나 존재하는 환상과 허구가 아닌, 바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기록하고 보여주겠다는 뜻이었다. 쿠르베의

'돌 깨는 사람들'이야말로, 실제 그의 눈에 비친 19세기 중반, 프랑스 사회의 현실이었다.


	돌 깨는 사람들 그림 사진
돌 깨는 사람들… 구스타브 쿠르베, 1849~50년, 캔버스에 유채, 165×257㎝, 1945년경 작품 소실.

한쪽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인 노인은 빈약한 망치 하나로 연신 돌을 깨부수고, 형편없이 찢어진 셔츠를 입은 소년은 곡괭이로 돌을 모아 나른다. 도로포장을 위해

큰 돌을 잘게 부수어 자갈을 만드는 일이 그들의 몫이다. 그림 오른쪽을 보니, 그들은 지금 막 먼지 자욱한 길가에 그대로 앉아 찌그러진 냄비 하나로 끼니를 해결한

모양이다. 길을 걷다, 이 둘을 발견한 쿠르베는 큰 충격을 받았다. 소년과 노인이 바로 한 인생의 고단한 시작과 끝을 보여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쿠르베는 특정 인물의 초상이 아니라, 이 두 사람이 처절하게 보여주는 '가난'의 실체를 그리고자 했다. 그러한 까닭에 그들의 얼굴 대신에 너덜너덜한 신발,

낡은 옷가지 등을 커다란 화면에 그려 넣었다. 흙투성이의 공사 현장을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갈색조의 물감을 두껍고 거칠게 칠해 올렸다.

쿠르베의 친구이자, 사회주의 사상가였던 프루동은 이 그림을 두고, "모든 종류의 노동을 수행하는 훌륭한 기계들을 끊임없이 발명하면서도, 정작 뼈 빠지는 노역으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현대의 산업 문명을 풍자한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그로부터 한 세기 반이 지났지만, 아직도 가난을 구제해 줄 기계는 나타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