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7.25 03:04
- 기원전 1780년경, 현무암, 부조(사진) 높이 71㎝, 전체 높이 225㎝, 파리 루브르 박물관.
그의 모습은 비석 상단에 새겨져 있다. 왼쪽이 함무라비고, 그 앞의 권좌에는 태양의 신이자 정의의 신인 샤마시가 앉아 있다. 신은 권좌에서 일어선다면, 함무라비의 두 배쯤 될 거대한 존재일 뿐 아니라, 양 어깨에는 불꽃이 타오르고, 권능을 상징하는 황소의 뿔 네 쌍이 층을 이룬 높은 관을 쓰고 있다. 함무라비는 한 손을 배에 붙이고, 다른 손은 조심스레 올려 신에게 예의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전지전능한 신을 직접 마주 대하고 있다니, 함무라비 또한 초인간적인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샤마시는 함무라비에게 길이를 재는 자와 밧줄을 건네준다. 이 둘은 건설과 측량을 위한 도구이니, 신이 곧 왕에게 자신을 대신하여 사회 정의를 세우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권한을 위임하고 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시나이산에서 신에게 십계명을 직접 받았다는 히브리인들의 지도자, 모세가 떠오를 것이다. 왕이 곧 신이었던 동시대의 이집트 문명에 비해, 메소포타미아에서 왕은 늘 신의 뜻을 대신 집행하는 겸손한 대리인으로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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