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 국보순례

[101] 시카고의 청자 백조 주전자

yellowday 2011. 4. 7. 08:16

시카고미술관(The Art Institute of Chicago)은 1893년 시카고에서 개최된 세계박람회장 건물에 입주한 이래 유수한 컬렉터들의 기증을 받아 미국 3대 미술관으로 발전하였다. 특히 1921년에 찰스 켈리(Charles Kelly)라는 미술사가가 동양미술부장으로 취임하여 30여년간 근무하면서 우수한 동양 미술 컬렉션을 많이 유치하여 중국 미술과 일본 우키요에(浮世繪) 컬렉션은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다. 이 미술관에는 많은 양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고려청자가 여러 점 소장되어 있다. 1996년 국제교류재단의 의뢰를 받아 김광언·윤용이 교수와 함께 수장고까지 들어가 조사한 결과 도자기 139점, 회화 9점, 공예품 16점 등 모두 164점이었다.

시카고미술관의 한국 도자기들은 대부분 중국 도자기 컬렉터인 러셀 타이슨(Russell Tyson·1867~1964)이 기증한 것이다. 그는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나 하버드대를 마치고 시카고와 보스턴에서 부동산 사업으로 성공한 중국 미술 컬렉터였다. 타이슨은 1920년에 사업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 철도 공사장에서 인부들이 몇 부대의 도자기를 갖고 있는 것이 너무도 아름다워 몽땅 구입했다는 것이다. 약 90점이었다고 한다. 당시 그는 중국 청자는 수집하여 잘 알고 있었지만 듣도 보도 못한 고려청자가 이렇게 훌륭한 줄 몰랐다고 한다. 이 뜻밖의 횡재는 미국 소장가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다.

그중에서 '청자 백조(白鳥) 모양 주전자'<사진>는 천하명품이다. 풍만한 몸체에 짧은 날개를 하고 긴 부리에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여주는 백조 위에 의관을 갖춘 인물이 그릇을 받쳐 들고 있다. 백조의 꼬리는 두 가닥의 꽃줄기처럼 꼬여 인물의 등에 붙어 손잡이 구실을 하고 있다. 목부터 날개까지 작은 깃털을 음각선으로 섬세하게 새겼다. 백조의 부리가 주구이고 빈 그릇이 주전자의 입이니 분명 뚜껑이 있었을 텐데 그 모양이 또 어떤 것이었을까는 상상조차 가지 않는 기발한 구성이다. 이런 환상적인 구성의 청자 주전자는 국내에도 알려진 것이 없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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