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와 고려불화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만 고려 나전칠기(螺鈿漆器)의 위대함에 대해서는 아직도 모르는 분이 많다. 고려 나전칠기의 당대적 명성은 청자나 불화 못지않은 것이었다. 일찍이 송나라 서긍은 '고려도경'에서 그 기법이 매우 정교하고(極精巧), 그 세밀함은 가히 귀하다고 할 만하다(細密可貴)고 증언했다.
고려시대에 왕실 전용물품을 제작하는 중서성(中書省)에는 나전장(螺鈿匠)·칠장(漆匠)이 있었고, 원종 13년(1272)에는 나전함을 제작하기 위한 도감(都監·임시 행사 본부)이 설치될 정도로 많은 공을 들였다. 요나라에 선물로 보내주기도 했고, 중국에서 수입해 갔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재 알려진 고려 나전칠기는 모두 16점뿐인데 단 한 점만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일 뿐, 일본에 10점, 미국에 3점, 유럽에 2점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가를 명확히 말하기는 힘들지만, 기본적으로 나전칠기는 나무상자에 자개를 박고 옻칠을 한 것이기 때문에 소중히 간직하지 않고는 7백년을 내려올 수 없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현재 전래되는 나전칠기는 보석을 담았던 모자합(母子盒) 3점 이외에는 불경을 담았던 경합(經盒) 10점, 염주합(念珠盒) 2점, 스님이 손에 쥐는 불자(拂子) 1점으로 대개는 일본 사찰에서 귀물로 간직해온 것이었다.
보스턴미술관에는 고려 나전칠기가 2점이나 소장되어 있는데 그중 염주합(사진)은 여섯 판 꽃잎 형태의 예쁜 상자로 뚜껑에는 국화꽃, 옆에는 당초무늬가 아주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특히 바다거북 등판인 대모(玳瑁)를 갈아 넣어 붉은빛과 노란빛이 환상적으로 빛나는데 이 대모 기법은 고려 나전칠기만의 고유기술이었다. 이는 찰스 호이트라는 일본미술 컬렉터가 기증한 것으로 그는 한국에 온 일은 없었지만 1910년대에 도쿄에서 훌륭한 고려청자와 함께 이 나전칠기를 구했다고 한다. 보스턴미술관에는 이외에도 조선시대 나전칠기 명품도 8점이나 있어 한국인으로서 그곳에 가면 만감이 교차하게 된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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