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 국보순례

[99] 브런디지의 고려청자

yellowday 2011. 4. 7. 08:14

'청자주전자'

IOC 위원장을 20년간 지낸 에버리 브런디지(Avery Brundage·1887~1975)는 1910년대 미국에서 가장 우수한 만능의 육상 선수로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대회 10종목에 출전했다. 한편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건설회사를 세워 억만장자가 되었는데 이 모든 것보다 그를 더 유명하게 만든 것은 뛰어난 동양미술품 컬렉션이다.

샌프란시스코 동양미술관 소장품 1만7000점 중 절반 가까이가 브런디지 컬렉션이다. 그가 동양미술에 심취한 것은 1938년 베를린올림픽 때부터다. 당시 부대행사로 열린 대규모 중국미술특별전을 꼬박 3일 동안 관람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곧바로 중국 미술품 수집에 들어갔고 나중에는 한국·일본·베트남·인도네시아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그의 컬렉션 7000여 점은 양보다 질에서 누구도 따라오지 못한다. 한국 미술품으로는 삼국시대 '오리형도기', 통일신라 '금동여래입상', 고려불화 '아미타팔대보살도', 조선 '백자달항아리' 등 국내에 있으면 보물로 지정되었을 명품이 많다. 특히 고려청자 컬렉션은 압권이다. '청자주전자'는 12세기 청자 전성기 유물로 비취색 빛깔이 눈부시고 형태는 고고한 기품을 자아내며 뚜껑의 연판무늬 조각은 정교하기 이를 데 없다. 천하의 명품이다.

브런디지는 모든 일에서 110%를 달성하는 열정의 소유자였다고 하는데 동양미술 컬렉션에서는 그 이상을 성취하였다. 그는 동양도자사의 권위인 고야마 후지오(小山富士夫)의 자문을 받았고, 68년 박정희 대통령을 예방했을 당시에는 미 대사관 문정관으로 한국 미술품 수집가였던 그레고리 헨더슨도 만나 고려청자 구입을 상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디트로이트 출신이지만 샌프란시스코는 동양과 연결하는 미국의 관문인지라 당신의 컬렉션은 이 도시의 상징성과 격을 높여줄 것이라는 주위의 조언에 따라 여기에 기증하고 동양미술관을 세우게 했다고 한다.     yellowday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