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 국보순례

[100] 이종문과 남궁련

yellowday 2011. 4. 7. 08:15

'청화백자 까치와 호랑이 항아리'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은 2003년 3월, 골든게이트 파크에서 시내 시청앞 유서깊은 건물로 이전하면서 거의 두 배 크기로 확장되어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본래 있던 도서관이 이전하게 됨에 따른 시민투표에서 아시아미술관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고전적 기품을 갖고 있는 건물 정면 머리에는 '아시안 아트 뮤지움'과 '아시아 미술과 문화를 위한 이종문 센터'가 함께 표기되어 있다.

아시아미술관 이전을 위해 1500만달러를 기부한 그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새긴 것이다. 이종문은 1970년에 미국으로 건너간 재미교포로 한때는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고전을 겪다가 다이아몬드 컴퓨터 시스템 회사를 설립하여 실리콘밸리의 성공신화를 이루어낸 분이다. 종근당 집안인 그는 한국교포 2, 3세의 민족교육을 위해 국내 대학에도 많은 기부금을 냈다. 뉴욕의 아시아소사이어티는 그를 '2005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 미술관 앞에 서면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운 마음이 일어난다.

새로 옮긴 아시아미술관 제21실과 22실에는 삼국시대 도기, 고려청자, 분청사기, 책거리병풍, 궁중활옷 등 아름다운 한국 유물들이 품위있게 진열되어 있다. 그중 '청화백자 까치와 호랑이 항아리'는 18세기 정조연간에 제작된 분원백자로 대단한 명품이다.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까치와 호랑이'는 대개 데포르메이션이 심한 민화 작품들인데 이렇게 백자에 그려진 예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이외는 알려진 것이 없다.

고개를 돌린 호랑이, 늠름한 소나무, 유머 담긴 까치를 표현한 높은 회화성은 암만 보아도 당당한 화원의 솜씨임에 틀림없다. 푸른기가 감도는 유백색 유약에는 빙렬(氷裂)도 없다. 이 항아리는 유명한 미술품수집가였던 고 남궁련 회장이 기증한 것이다. 남궁련 회장은 생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도 국보·보물급 유물을 많이 기증하셨는데 해외에서도 한국미술이 당당한 대우를 받도록 이 유서깊은 아시아 미술관에 기증하신 것이었다.    yellowday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