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 국보순례

[97] 보스턴의 고려 은주전자

yellowday 2011. 4. 7. 08:11

미국과 유럽의 유명 박물관에서 한국실이 중국일본에 비해 형편없이 초라한 것을 보면 씁쓸한 감정이 일어난다. 한국실이 일본실의 반의반도 대접받지 못하는 것은 차라리 억울하다. 이것은 국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한국미술품 컬렉션이 약하기 때문이다.

1876년에 개관한 보스턴미술관은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뉴욕의 메트로폴리탄과 함께 미국 내 동양미술의 3대 컬렉션 중 하나로 꼽힌다. 일찍이 1890년에 일본실을 열었고, 1927년에는 아시아부로 확대 개편하면서 한국유물도 전시되었다. 큐레이터로 초빙된 페놀로사와 오카쿠라 덴신은 특별기금을 마련하며 한국미술품을 적극 수집하였다. 그러나 그 양은 아주 미미했다. 1892년에 구입한 에드워드 모스의 일본도자기만도 5천점이나 되는데 현재 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미술품의 총량은 720점이다. 그러니 한국실이 빈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보스턴미술관의 한국미술품은 수준이 아주 높다. 특히 고려시대 명품이 많다. '은제 금도금 주전자 및 승반(承盤)'<사진>은 고려시대 금속공예의 최고 명작 중 하나다. 은으로 만든 다음 금으로 도금한 이 주전자는 대통 모양의 몸체에 목에는 연꽃봉오리, 뚜껑에는 봉황을 아주 정교하게 장식했다. 기형 자체가 환상적이고 기법은 더없이 정밀하며 몸통, 목, 뚜껑 세 부분이 따로 분리된다. 금도금도 아주 잘 되어 마치 금주전자처럼 보인다. 사용할 때는 주전자를 승반 속에 넣고 따뜻한 물을 담아 주전자의 술이 식지 않도록 했다.

재작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국박물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때는 마치 해외에 나가 있는 대표선수를 차출하듯 국내에 선보여 똑같이 생긴 청자주전자 및 승반과 함께 전시된 바 있다. 보스턴미술관은 이 주전자 이외에 나전칠기, 도자기에도 명품이 많아 한국미술의 중요한 컬렉션으로 손꼽히고 있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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