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 국보순례

[94] 황남대총 특별전

yellowday 2011. 4. 7. 08:07

똑같은 '황남대총 유물전'이지만 작년 가을의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와 지금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2월 6일까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유물은 금관을 비롯하여 5만8000점이다. 서울전은 그중 1000여점만을 선보인 정선된 전시였다면, 경주전은 출토품의 80%인 5만여점이 출품된 박진감 있는 전시이다. 서울전이 공예적 아름다움을 앞세운 예쁜 전시였다면, 경주전은 출토 유물의 실상을 보여주는 고고학적 시각이 강조되어 있다.

특히 경주전은 돌무지덧널무덤(積石木槨墳)의 내부 구조를 지상에 재현하듯 디스플레이하여 유물들의 출토 상황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금관을 고급스러운 받침대 위에 올려놓은 상태로 보아 왔지만 이 전시회에서는 시신의 머리를 감싸고 있던 모습대로 놓여 있고<사진> 귀걸이, 허리띠, 반지, 목걸이, 350mm의 금동신발도 시신의 제 위치에 놓여 있어 장엄했던 신라 마립간의 장례 의식을 실감할 수 있다.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신라도기는 깨지지 않은 것만도 1500점이나 된다. 경주박물관은 유물창고의 진열장까지 옮겨 놓으면서 금잔, 은잔, 유리구슬, 마구(馬具), 철제 무기, 실크로드를 통해 수입해온 유리그릇 등을 빠짐없이 전시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전시회를 보고 나서야 황남대총 출토 유물의 장대함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고 소름이 돋는 것 같은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다.

황남대총전은 1974년에 발굴이 끝난 지 37년 만에 처음으로 그 전모가 공개된 것이다. 전시장을 떠나면서 박물관 학예원들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말했더니 그들은 다시 수장고에 넣어둘 일이 끔찍스럽다고 그 힘겨움을 말한다. 돌이켜 보건대 우리는 지난 37년간 이 엄청난 문화유산 콘텐츠를 수장고에 넣어두고 살아오는 우를 범해 왔다는 참회가 일어난다. 당장이라도 안압지 유물전시관처럼 '황남대총 유물전시관'을 지어 상설 전시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yellowday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