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의 호놀룰루 아카데미미술관(Honolulu Academy of Art)은 1927년에 개관된 미국 굴지의 미술관으로 6만여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박물관 창설자인 앤 쿡(Anna R Cook) 여사는 자신의 평생 수집품을 기증하면서 개관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와이 원주민, 미국인,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필리핀인, 북유럽인….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우리 자녀들은 인류 공동의 매개체인 미술을 통하여 과거 역사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가 이 섬에 뿌리내릴 수 있는 토대를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앤 쿡 여사는 한국 미술에도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어 개관 때부터 한국 전시실이 별도로 꾸며졌고 오늘날에는 1000여 점을 소장하기에 이르렀다. 외국 박물관에서 한국 미술이 이렇게 대접받은 경우는 아주 드물다. 소장품의 수준도 아주 높다. 신라·가야 도기, 고려 청자의 명품도 많고 보물급 백자달항아리도 있으며 고려 불화 '지장시왕도'가 세 폭이나 있다. 특히 궁중 장식화인 '학과 선도(仙桃) 복숭아' 12폭 병풍은 국내에도 없는 명작으로 지난 2007년에 보존 처리를 마치고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잠시 전시된 바 있다.
그 중 내가 가장 감동받은 유물은 18세기 목동자상〈사진〉이었다. 본래 명부전에는 지장삼존과 시왕(十王)마다 한 명씩 시중드는 동자상이 배치된 바 그 중 하나이다. 특히 이 목동자상은 천진스러운 얼굴, 고개를 살짝 숙인 공손한 표정, 귀여운 인체 비례, 따뜻한 나무 질감, 고색창연한 채색으로 가히 조선 후기 조각을 대표할 만하다.
최근에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해외 한국 문화재 조사사업의 일환으로 이 미술관의 한국 미술품 전체 도록을 발간하였기에 여기에 실린 소장 경위를 읽어 보니 개관 때 한국실을 빛내기 위하여 일본 소장가에게 대여받아 전시한 뒤 바로 구입한 것이라 한다. 이후 이 목동자상은 이 미술관을 대표하는 유물의 하나로 되어 내가 25년 전 방문했을 때도 포스트 카드로 제작된 것이 있어 그때 사온 엽서가 지금껏 내 연구실에 꽂혀 있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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