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환자에 다른사람 제대혈 줄기세포… 자세 교정되고 운동력·인지력 향상

입력 : 2013.01.17 03:02

-분당차병원 연구팀, 세계 첫 성공
2010년 환자 31명에게 적용… 6개월 뒤 뇌세포 밀도 높아져

국내 의료진이 뇌성마비를 앓는 아이에게 다른 아이의 제대혈 줄기세포를 주사해 질환 증상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재활의학과 김민영 교수팀은 16일 "2010년 뇌성마비 아이 31명을 대상으로 임상 연구용으로 보관된 다른 아이의 제대혈 줄기세포를 정맥에 주입한 결과, 몸의 자세가 정상적으로 더 잘 잡히고, 운동 능력이 향상되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제대혈은 신생아 탯줄에 있는 혈액으로 원시적 세포 기능을 하는 줄기세포가 많이 들어 있다. 이를 사적으로 보관하기도 하지만, 헌혈처럼 공여되어 임상 연구에 쓰이기도 한다. 지금까지 자기의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해 자신의 뇌성마비를 치료한 사례들은 있으나, 이번처럼 다른 사람의 제대혈을 이용해 뇌성마비를 치료한 것은 세계 처음이라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스템 셀(stem cell·줄기세포)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공여 제대혈 중 면역적합성 검사 등을 통해 각각의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을 골라 투여해, 면역 거부반응을 최소화했다. 김민영 교수는 "제대혈 주사 후 6개월을 추적한 결과 개인별로 차이도 있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앉아 있지도 못하던 뇌성마비 아이들이 기거나 혼자 앉을 수 있고, 인지 기능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결과,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세포 밀도가 높아졌다. 대뇌 활동의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포도당 대사가 운동기능과 인지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저핵과 시상 부위에서 활성화됐다.

이번 연구 성과에 따라 제대혈을 보관하지 않은 뇌성마비 환자도 자신과 면역적합성이 맞는 제대혈을 찾는다면,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