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4.24 10:01 | 수정 : 2013.04.2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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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탠퍼드대 칼 다이서로스 교수가 개발한 인공 DNA인 하이드로겔을 생쥐의 뇌에 넣어 찍은 사진. 신경세포의 3차원 연결망이 투명하게 드러난다.
뇌를 투명하게 만들어 신경세포를 3차원으로 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뇌 안을 직접 보고 연구할 수 있어서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사람의 뇌가 불투명한 것은 세포막을 이루는 지방이 빛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지방은 단백질과 DNA 등 생체분자의 지지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무조건 제거할 수는 없다.
이때 묵처럼 만든 하이드로겔이라는 말랑말랑한 물질을 사용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는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칼 다이서로스 교수가 개발한 기술이다. 그는 생쥐의 뇌에서 지방을 빼고 대신 하이드로겔을 넣은 후 형광물질을 신경세포에 주입하는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신경세포의 3차원 연결망이 투명하게 드러났다. 하이드로겔이 투명한 창과 지지대 역할을 동시에 해 바이오 장기를 자연 상태로 연구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서울시립대 화학공학과의 이종범 교수는 이 하이드로겔을 DNA로 만들어 생체조직을 만드는 데 쓰일 수 있게 했다. 바로 DNA 메타 하이드로겔(물로 만든 겔)이라는 새로운 성질을 가진 물질이다. 대체 DNA를 재료로 한 하이드로겔이 무엇이기에 이런 기능이 가능할까.
DNA 메타 하이드로겔은 DNA를 뭉쳐서 만든 다공성 물질이다. 털실을 돌돌 말아놓은 것 같은 DNA 뭉치들이 서로 연결돼 속에 구멍이 많다. DNA의 염기는 저절로 결합하려는 성질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 특성을 이용하면 같은 가닥 안에 있는 많은 양의 DNA가 자연스럽게 얽히고설켜 지름 2㎛(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뭉치가 된다. 이 뭉치들이 다시 모여 스펀지처럼 된다. 이것이 DNA 메타 하이드로겔이다.
DNA 메타 하이드로겔은 솜뭉치처럼 흐물흐물하여 일정한 모양을 갖추기 어렵다. 하지만 물을 부으면 미리 만들어둔 형태로 되돌아간다. 이는 외부에서 자극을 받으면 형태가 쉽게 변하는 DNA의 성질 때문이다. DNA 메타 하이드로겔을 생체조직 만드는 데 쓰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근섬유처럼 수축과 이완이 가능한 인공근육을 만드는 데 사용하면 안성맞춤이다. 또 끊어지지 않는 인공인대 등을 만드는 의료용 생체 재료로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DNA 메타 하이드로겔은 사용 용도에 따라 다양한 모양과 크기로 만들 수 있어 여러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다공성 물질이라 공간이 많기 때문에 세포를 키워내는 일도 어렵지 않다.
최근에는 또 DNA의 이중나선 구조의 일부를 다른 물질로 대체한 새로운 DNA를 만들려는 연구가 한창이다. 유전물질로 DNA 대신 쓸 수 있는 새로운 구조물이다. 일명 ‘XNA(엑스엔에이)’라고 하는 인공 DNA다. 영국 MRC분자생물학연구소의 필립 홀리거 교수가 이 분야 연구의 권위자이다.
홀리거 교수는 5개의 탄소와 산소가 고리 모양으로 결합한 DNA(핵산)의 구조에서, 원자를 조금씩 바꾸거나 고리 모양을 변형하여 분자 6개를 만들었다. 이것이 새로운 DNA 분자 ‘XNA’이다. 이 분자는 DNA와 너무 흡사하여, DNA를 가장 잘 구별하는 DNA 중합효소조차 이들을 DNA로 착각하고 끼워 넣을 정도이다. XNA는 99.6%의 정확도로 복제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인공 DNA는 어디에 쓰일까.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캡슐처럼 속에 약물을 넣어 몸 안에 전달하는 재료로 쓸 수 있다. 몸 안에서 DNA를 분해시키면 자연스럽게 약물이 나오기 때문에 염증 치료 등이 가능하다.
분해효소의 특성을 활용해 질병 진단용 DNA 칩이 개발되고 있다. DNA 칩은 사람의 DNA 조각을 작은 유리판 위에 빽빽하게 심은 것으로, 사람이 어떤 질병에 걸렸는지 유전자 차원에서 진단할 때 사용한다. 여기에 질병과 관련된 DNA를 뿌리면 유리판 위의 DNA 조각 중 일부와 결합한다. 질병 DNA가 어느 DNA 조각과 반응하는지 알아내면 발병 원인과 메커니즘을 밝혀낼 수 있다. 질병과 관련된 DNA 샘플을 일반인의 DNA와 반응시켜 질병의 유무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에 결합시켜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인공염기도 개발됐다. 일본이화학연구소는 인공염기 ‘Ds’를 만들어 DNA에 넣고 시험관 속에서 복제를 반복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시력 저하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 염증을 일으키는 단백질과 각각 강력하게 결합하는 인공염기를 삽입한 DNA가 만들어졌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공염기를 넣은 DNA는 암이나 백혈병 등 다양한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응용할 수 있다.
DNA는 바코드로도 이용되고 있다. 나노 단위의 DNA를 이용한 DNA 바코드 시스템이 그것이다. DNA 바코드를 나노입자에 넣어 원하는 대상에 스프레이로 뿌리는 형태로 부착하는 것이다. 이 바코드는 특수제작한 나노입자에 넣었기 때문에 열이나 효소, 미생물 같은 외부 공격에도 파괴되지 않아 반영구적으로 보존이 가능하다. 반면 극소량의 DNA 바코드를 제품 표면에 뿌리는 형태이기 때문에 복제나 조작은 불가능하다. 또 사람이 먹어도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다. 인공 DNA를 이용한 이 바코드는 이화여대 나노과학부 최진호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DNA 바코드의 활용은 아주 다양하다. 자신이 암호화한 고유 DNA 바코드를 화가의 그림에 뿌려놓으면 작품이 불법으로 복제되거나 위조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의 유명한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그림을 DNA 바코드로 암호화한다고 하자. 여기서 뭉크의 이름 맨 앞 자인 ‘M’을 암호로 사용하려고 한다면 이에 대한 염기를 정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생물 데이터의 정보도 담을 수 있다. 염기서열 속에 어떤 제품의 원산지, 생산지, 수확시기, 회사명 등의 정보를 넣으면 유통산업에 널리 활용될 수 있다. 구제역 같은 전염병의 전파경로를 알아내는 데도 유용하다. 광우병이나 조류독감에 걸린 축산물이 발생했을 때는 그 유통경로를 파악할 수 있어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다. DNA 바코드를 사용하게 되면 수입고기를 한우로 둔갑시키는 일이나 농약과 비료를 뿌리지 않고 재배했다는 유기농산물을 의심하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또한 DNA 바코드는 한 번에 수천 종의 병원균을 진단하는 일도 가능하다. 일반 바코드를 제품에 인쇄해 놓으면 여러 종류의 상품이 뒤죽박죽 섞여 있어도 같은 종류를 잘 분류해 낼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제 피 한 방울만으로도 감염된 여러 종류의 병원균을 알아내고, 어떤 채소가 중국산인지 아닌지를 눈앞에서 바로 확인할 날이 멀지 않았다. 그것은 DNA 바코드만이 해낼 수 있는 능력이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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