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 국보순례

[88] 불국사 석가탑

yellowday 2011. 4. 5. 22:19

불국사 석가탑

지난 3일 불국사 석가탑(국보 21호)의 기단부 갑석(甲石·받침돌 위에 얹은 넓적한 돌)에 길이 132㎝, 폭 5㎜ 크기의 균열이 생겼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다보탑(국보 20호)의 석재들이 심각하게 노화되어 작년 말에 대대적인 수리 끝에 다시 태어났듯이 이제 석가탑도 1000년 만에 대수술을 받게 될 것 같다.

신라 경덕왕 10년(751년) 불국사 창건 때 착공된 석가탑은 우리나라 석탑의 전형이다. 석탑은 7세기 백제의 익산 미륵사탑에서 시작되었고 통일신라가 이를 계승하여 불국사 석가탑에서 삼층석탑이라는 형식적 완성을 이룬다. 이후 모든 석탑은 석가탑을 충실히 따르거나 변주하면서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리하여 중국의 전탑, 일본의 목탑과 달리 우리나라는 석탑의 나라로 발전하였다.

석가탑의 아름다움은 한마디로 이상적 조화미를 추구하는 고전미이다. 석가탑에는 고전 미술의 3대 요소라는 비례(proportion)· 균형(symmetry)·조화(harmony)가 절묘하게 들어 있다. 일본인 측량기사인 요네다 미요지(米田美代治)가 밝혀낸 석가탑의 비례 관계를 보면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다. 아래 기단 폭을 한 변으로 하는 정삼각형의 꼭짓점은 1층 몸돌 끝에 닿는다. 1·2·3층 몸돌과 지붕돌 폭의 비례는 4:3:2를 이룬다. 상층 기단의 길이와 탑 몸체의 높이는 황금비례(A:B=B:A+B)다. 그리고 상륜부 꼭짓점에서 1·2·3층 지붕돌의 처마 끝을 선으로 이으면 일직선을 이루며 80도를 유지한다. 그래서 석가탑은 고전적 기품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석가탑은 오래전부터 기단부의 판석들 사이에 틈이 가기 시작했다. 해체 보수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계측기를 설치하고 모니터링을 해왔다. 그러나 마침내 갑석이 탑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갈라졌으니 의사들이 마지막 방법으로 수술을 택해 환자를 구하듯 석가탑에도 재생을 위한 최후의 선택을 내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안타깝지만 무생물도 수명이 있음을 어쩌겠는가. yellowday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