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금동지장보살좌상
서울 조계사 경내에 있는 불교중앙박물관에서는 '삶, 그 후'라는 제목으로 '지장보살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내년 1월 16일까지). 불교에서는 죽음을 또 다른 삶의 시작으로 생각하는바 명부(冥府)의 세계를 주재하는 지장보살의 갖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고려·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지장보살상들을 이렇게 한자리에 모아놓고 보니 시대에 따라, 사찰에 따라 그 모습이 너무도 다르다는 것이 아주 흥미롭다.
보물 280호로 지정된 선운사 도솔암의 금동지장상은 자못 영민해 보이고, 동국대박물관의 목조지장상은 준수한 미남형인데, 예천 용문사의 지장상은 힘이 장사다. 그 중 나의 눈길이 가장 오래 머문 분은 수종사(水鐘寺) 석탑에서 발견된 금동지장보살좌상이다. 높이 9.5㎝의 아주 작은 지장상이지만 그 천진스러운 아기 스님의 자태는 가히 조선시대 불상다운 명작이라 할 만하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양수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운길산 수종사에는 아담한 팔각오층탑이 있는데 1957년 수리 복원 때는 20구의 불상이 출토되었고, 또 1970년 해체 이전 때는 12구가 더 발견되었다. 그런데 딱하게도 나중 12구를 분실하여 행방을 모르다가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6구, 동아대 박물관에 2구가 소장되어 있고 4구는 아직도 찾지 못했다.
명문을 보면 이 30여 구의 불상 중 반은 태종의 후비인 '명빈(明嬪) 김씨'가, 반은 선조의 후비인 인목(仁穆)대비가 발원한 것이다. 조선 초기에 불교가 억압받고 있을 때 왕비들의 후원으로 그 명맥이 유지되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조성 배경 때문인지 한결같이 앳된 얼굴에 애잔한 모습을 하고 있다. 어떤 억압 속에서도 버릴 수 없었던 불심 같은 것이 보인다. 그런데 오늘날에 와서는 권위와 힘을 강조한 여느 불상보다도 이 작고 다소곳한 불상에서 오히려 더 깊은 예술적 감동을 받고 있으니 예배의 대상으로서 불상과 예술작품으로서 불상은 보는 눈이 다른 것인지도 모르겠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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