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 국보순례

[85] 의상대사 영정

yellowday 2011. 4. 5. 22:12

일본의 고찰(古刹)인 고잔지[高山寺]에는 원효와 의상에 관한 유물이 몇 점 전한다. 가장 유명한 것은 일본 국보로 지정된 '화엄종 조사 회전(華嚴宗 祖師 繪傳)'이라는 장장 30m의 두루마리 그림[繪圈]이다. 이 그림은 중국의 '송고승전(宋高僧傳)'에 실린 원효와 의상의 일대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으로 고잔지를 창건한 묘에[明惠·1172 ~1233] 스님이 평소에 흠모하던 두 분의 행적을 일본에도 널리 알리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원효와 의상은 이처럼 국제적인 인물이었다.

그리고 묘에 스님은 당시 내전으로 생긴 많은 전쟁미망인들을 위해 절 아래쪽에 선묘니사(善妙尼寺)라는 여승방을 짓고 선묘의 조각상을 봉안하였다. 또 이 절에는 원효와 의상의 영정〈사진〉이 전하는데 1761년에 보수했다는 기록이 있어 최소한 무로마치[室町]시대(1336~1573)에 조성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 영정들은 당시 일본의 초상화 형식과는 전혀 다르다. 족좌에 신을 벗어놓고 의자 위에 가부좌를 한 도상(圖像)은 고려 내지는 통일신라 양식이다. 그래서 국립경주박물관 김승희 학예관은 그 제작처가 일본인지 우리나라인지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당시까지 전해지던 두 분 영정을 그대로 모사한 이모본(移模本)으로 추정하며 원효와 의상의 실모습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라고 했다.

영정을 보면 원효는 파계승다운 호방한 모습이고 의상은 고고한 귀인(貴人)의 자태로 그려져 있어 두 분의 이미지에 너무도 잘 들어맞는다. 특히 두 분의 영정은 앉은 방향이 반대여서 왼쪽에 원효, 오른쪽에 의상을 두면 마주보는 모습으로 한 쌍을 이룬다.

역사적 인물은 짝으로 등장하여 세상을 이롭게 했다고 한다. 두보와 이백, 퇴계와 율곡, 단원과 혜원처럼 원효와 의상은 라이벌이 아니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신라 통일의 정신적 지주로 되었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원효대사전'(21일까지)에서는 원효와 또 다른 면을 보여주는 의상의 거룩한 모습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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