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 국보순례

[83] 오백나한도

yellowday 2011. 4. 5. 22:07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의 '고려불화대전'(11월 21일까지)에는 오백나한도(五百羅漢圖) 연작 열두 폭이 전시되어 있다. 본래 500폭이었을 것이나 한국, 미국, 일본 등에서 확인된 14점 중 12폭이 출품된 것이다. 나한은 아라한(阿羅漢)의 준말로 고승을 일컬으며 고려시대에는 나한신앙이 성행하여 많은 나한도가 제작되었다.

그런 중 지금 전해지는 오백나한도는 모두 똑같은 크기(폭 45cm, 길이 65cm)의 비단에 그린 수묵화로 한결같이 국토는 태평하고 임금은 오래 살기를 기원하는 '국토태평(國土太平) 성수장천(聖壽長天)'이라는 명문이 있고 김의인(金義仁)이 그린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제작 연도의 반은 을미년이고, 반은 병신년이다. 을미년 다음이 병신년인데, 1236년인 병신년은 바로 팔만대장경이 제조되던 해이므로 이 오백나한도 또한 고종 22년(1235)과 23년(1236)에 대몽항쟁의 의지를 담아 제작된 것으로 생각된다.

 
'제329 원상주존자(圓上周尊者)'.

오백나한도는 폭마다 일련번호와 이름이 적혀 있고 저마다 독특한 얼굴과 성격을 갖고 있다. 그중 압권은 '제329 원상주존자(圓上周尊者)'이다. 씨름선수를 연상케 하는 우람한 체격으로 바위에 걸터앉아 한쪽 어깨를 드러낸 채 화면 위쪽의 용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눈빛으로 용을 제압하는 모습인데 인체 데생이 정확하고 필치에는 기운이 생동한다. 고려시대 수묵화가 얼마나 수준이 높았는가를 이 작품은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 오백나한도는 오래전부터 일본 이데미츠(出光)미술관의 소장품으로 알려져 왔는데 출품표를 보니 국내 개인소장으로 되어 있어 놀랍고 반가웠다. 돌이켜보건대 30년 전만 해도 고려 탱화는 국내에 한 점도 없었고 오직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오백나한도 7점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리움, 호림박물관, 우학문화재단,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개인 컬렉션의 고려 탱화가 11점이고 오백나한도 대표작도 돌아온 것이다. 이런 사실은 해외문화재 환수에 사립 박물관과 개인 소장가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준다. yellowday 옮김 

'朝日 국보순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85] 의상대사 영정  (0) 2011.04.05
[84] 원효대사 영정  (0) 2011.04.05
[82] 지장삼존도  (0) 2011.04.05
[81] 물방울 관음도  (0) 2011.04.05
[80] 일본·미국에 있는 고려청자  (0) 2011.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