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고려불화대전-700년 만의 해후'(11월 21일까지)에는 내 평생에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포기하고 있던 일본 센소지(淺草寺) 소장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사진>, 일명 물방울관음이 출품되어 얼마나 반갑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일본에 고려불화가 많이 있다는 사실은 1967년 구마가이(熊谷宣夫)가 '조선불화징(朝鮮佛畵徵)'에서 그동안 막연히 송나라 불화라고 알려진 70여점이 고려와 조선 초기 불화라는 사실을 고증하고부터이지만 혜허(慧虛) 스님이 그린 이 수월관음도만은 일찍부터 알려진 고려불화 명작이다. 그러나 세상에 공개된 적이 없었다.
1978년 야마토분카간(大和文華館)에서 열린 '고려불화 특별전'에 52점이 선보인 것은 한국미술사의 일대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 전시회에 물방울관음은 출품되지 않았다. 그리고 1981년 아사히신문사에서 발간한 '고려불화'라는 초호화판 화집에서도 물방울관음은 촬영조차 허락받지 못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도 처음에는 센소지가 출품을 거부했다. 다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유물의 존재 여부만이라도 확인시켜 달라는 요청에 간신히 응했는데 이 불화를 꺼내 왔을 때 관장과 학예원이 작품에 큰절을 올리는 것을 보고 감복하여 마음을 바꾼 것이라고 한다.
물방울관음은 과연 천하의 명작이다. 법을 구하기 위하여 찾아온 선재동자(善財童子)를 수월관음이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하는 그림으로 오른손엔 버들가지, 왼손엔 정병을 들고 서 있는 자세가 고아하기 그지없고 관음은 신비롭게도 물방울(혹은 버들잎)에 감싸여 있다. 본래 명작들은 사진 도판으로 익혀온 탓에 작품을 직접 보면 무덤덤하기 일쑤다. 그러나 이 물방울관음은 달랐다. 작품 앞에 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 숭고하고도 아름다워라 고려불화여!"라는 찬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싶어 다시 들어가 하염없이 바라보다 마지못해 박물관을 나왔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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