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데르 엘 바하리'
하트셉수트의 야심찬 계획은 테베(현재의 룩소) 근역에 장제전(葬祭殿) '데르 엘 바하리'를 짓는 일이었다. 거대한 피라미드와 같은 파라오의 묘는 도굴이 심해서 신왕국에 와서는 암석 깊숙한 속에 감쪽같이 매장하고, 그 대신 장엄한 장제전을 짓고 의식을 치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데르 엘 바하리'는 병풍처럼 둘러싸인 거친 자연의 암벽과 긴 수평적 건물과 짧은 수직의 열주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이다. 각 건물의 벽에는 하트셉수트의 탄생, 대관식 장면과 업적이 부조로 표현되었다. 넓은 테라스에는 유향(乳香)나무와 진기한 화초들이 가득 찬 정원이 있었다고 하니 이 사막 한가운데 정원을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웠을지 짐작이 간다.
이런 압도적인 규모와 웅장함은 단순히 통치자의 허영심에서 나온 것이었다기보다 대내외에 자신의 권력을 상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그러나 권력의 이동이 생기면서 하트셉수트도 또 다른 권력에 의한 파괴를 피할 수 없었다. 그가 죽자 그의 이름은 모든 기록에서 지워지고 이미지는 파괴되었다.
1903년 영국의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는 룩소 근처의 묘에서 한 미라를 발굴했는데 그 후 이집트 고고학박물관에 보관되었다. 박물관은 2007년 DNA검사 등 첨단과학을 통한 정밀조사 끝에 이 미라가 바로 3500년 전 이집트를 호령했던 여성 파라오 하트셉수트임을 알아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