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美術산책

[67] 마티스의 '생의 기쁨'

yellowday 2013. 1. 5. 08:50

동양의 화가들이 무릉도원을 꿈꾸었다면 서양의 화가들은 이상향을 상상하여 화폭에 담았다. 대체로 서양 그림의 이상향은 '아르카디아' 또는 '황금시대'라는 주제 아래 편안하고 목가적이며 시적인 풍경 속에 한가롭게 노니는 인간들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현대미술에서도 이런 주제에 관심을 가진 화가들이 많았지만 그중에도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앙리 마티스의 '생의 기쁨'(사진·1906년)이다. '생의 기쁨'은 조화로운 색채와 나른하고 교태로운 선이 어우러진 나무와 수풀에 둘러싸인 비원(秘苑)에 한가롭게 누워 있거나 춤을 추거나, 플루트를 불거나 사랑을 하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전체 화면의 분위기는 부드럽고 관능적이다. 이 그림은 마티스가 청년기의 자유분방한 양식에서 벗어나 보다 성숙한 색채와 구불거리는 선이 특징인 독자적인 양식을 정립하게 되는 아주 중요한 작품이다.

'생의 기쁨'을 산 사람은 항균제 아지롤을 개발하여 큰돈을 벌었던 미국의 의사 알버트 반즈였다. 1922년에 그는 반즈 재단을 창립했고 약 2500점이 넘는 작품을 구입하였는데 그 중 59점이 마티스의 작품이었다. 반즈는 자신이 죽은 후에도 전시 작품들을 생전에 전시되었던 상태 그대로 보존할 것과 미술관은 일주일에 두 번만 열고, 미리 예약으로만 관람이 가능하며, 다른 전시를 위해 대여하거나 순회 전시를 하지 못하게 하였다. 또한 출판할 경우에는 흑백도판으로만 가능하다는 약정서를 만들어놓고 세상을 떠났다.

이런 이유에서 '생의 기쁨'의 색채는 늘 상상으로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재단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생의 기쁨'을 비롯한 그의 소장품들이 1993년에서 1995년 사이에 여러 도시를 순회하고 컬러 도판으로 된 도록도 간행하였다. 도쿄에서도 전시되었던 이 작품을 관람했던 경험은 잊을 수 없는 정도로 황홀한 것이었다. 펜실베이니아의 메리온에 있는 반즈 재단은 앞으로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으로 옮길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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