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폴리 베르제르의 바'
카페가 서양 회화의 주제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부터였다. 프랑스 파리에는 새로운 도시계획에 따라 도로가 확장되었고 공원과 광장이 마련되었으며, 많은 카페가 생겨났다. 마네·드가·모네와 같은 미술가들은 이러한 근대화된 도시의 삶을 즐겨 그렸다. 당시의 카페는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장소였을 뿐 아니라 무대에 가수나 무희가 등장하기도 하고 단막극도 공연하여 '카페 콩세르(cafe-concert)'로 불렸다. 전통적 공연 장소인 오페라나 발레 극장이 좌석에 따라 입장료가 달랐던 것과는 달리 카페 콩세르는 입장료의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여유가 있는 중산층뿐 아니라 소시민, 노동자도 입장할 수 있었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드나들었다. 마네가 1881~82년에 그린 '폴리 베르제르의 바'의 '폴리 베르제르'는 당시 파리의 가장 대표적인 카페 콩세르였다.
'폴리 베르제르의 바'는 손님의 술 주문을 받는 여자 종업원이 거의 무표정하게 서 있는 그림이다. 앞에는 능숙한 붓 터치로 오렌지가 담긴 유리 그릇, 꽃, 술병들이 광선과 색채가 어우러져 섬세하게 묘사되었다. 뒤에 있는 큰 거울에는 홀 안에서 북적거리는 사람들이 반영되어 보이는데 여급의 앞에 모자를 쓴 한 남자가 서 있는 모습이 비치고 있다. 그는 마치 술을 주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모종의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 당시 카페는 매춘의 장소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급속히 증가한 여성 직업군에서 여종업원이나 심지어 무대 위의 공연자들도 고객과 사랑의 교환을 은밀하게 하였다. 1880년대 이후 캉캉 춤으로 유명한 몽마르트르의 카바레나 서커스, 시사적 콩트 등이 연속 공연되는 뮤직 홀 등 더 화려한 대중공연장소가 인기를 끌게 되면서 카페 콩세르는 그 수가 급속히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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