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美術산책

[63] 크노소스 궁전 벽화

yellowday 2013. 1. 5. 07:58

고대 이집트나 근동의 미술에서 신(神)은 흔히 동물이나 동물과 인간의 혼성적 형태로 나타났다. 신이 가진 초인성(超人性)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가장 대표적인 동물은 다산(多産)과 힘의 상징이었던 황소였다. 황소 숭배사상은 에게 해(海) 근역, 크레타 섬에서 발흥한 미노스 문명에서도 발견된다. 기원전 약 1600년에서 1400년 사이에 고대의 찬란한 문화를 이루었던 이곳은 괴수 미노타우로스의 신화가 탄생한 곳이다. 미노스 왕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도움으로 왕위에 올랐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자 신은 미노스의 왕비가 황소와 사랑에 빠지게 했고, 그들 사이에서 소의 머리와 사람의 몸을 가진 미노타우로스가 태어났다. 왕은 미노타우로스를 크노소스 궁전에서 길을 찾기 어려운 장소에 거처하게 했는데 '미로(迷路)'라는 말은 여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투우사의 벽화'
크노소스 궁전은 실제로 계획 없이 지어져 방과 복도, 계단이 복잡하게 연결된 곳이었다. 궁을 장식한 화려한 벽화 중의 하나가 현재 복원된 '투우사의 벽화'다. 이 그림의 왼쪽에는 한 젊은 여성이 황소의 뿔을 붙들고 서 있고, 중앙의 역동적인 황소의 등 위에는 젊은 남자가 위험해 보이는 공중돌기를 하고 있다. 오른쪽에 있는 여성은 남성을 잡아주기 위해 서 있거나 아니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듯이 보인다. 이들 남녀는 하나같이 키가 크고 허리가 잘록하며 민첩해 보인다. 이 장면의 의미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황소 숭배 사상과 관련된 의식의 하나일 것으로 추정된다. 탄력적인 곡선은 긴장된 황소의 꼬리에서부터 머리까지 빠른 속도를 느끼게 한다. 놀라운 점은 인간이 신처럼 경배되던 황소와 거의 대등하게 중요시되었다는 사실이다.

인간을 만물의 척도로 보았던 고대 그리스에 오면 신은 더 이상 동물이 아니라 인간의 모습과 똑같이 나타난다. 신도 인간처럼 사랑을 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죽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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